현대자동차그룹이 그동안 추진해왔던 지배구조 개편안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임시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장과의 소통이 부족했던 것도 지배구조 개편안 철회에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9일로 예정돼 있던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임시주총을 취소했다. 이로써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한 뒤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려던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작업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3월 마련한 지배구조 개편안은 현대모비스의 모듈·AS 부품 사업부(분할법인)를 떼내 글로비스와 합치고, 모비스 존속법인(투자·핵심부품 사업부)을 그룹의 지배회사로 삼는 것이 핵심이다. 개편안대로라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정몽구 회장 부자-존속 모비스-현대차-기아차로 단순해지고, 순환출자 고리도 끊기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시장 요구를 반영한 지배구조 개선방안”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달 참여연대가 글로비스와 모비스 분할법인의 합병비율(1 대 0.61)을 문제 삼기 시작하면서 개편안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엘리엇에 이어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도 개편안에 반대하고 나서자 현대차그룹은 난관에 봉착했다. 특히 ISS와 글래스루이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5곳이 주주들에게 반대를 권고한 것이 결정타가 됐다. 합병안이 통과되려면 현대차그룹의 우호지분(30.17%)에다 20% 안팎의 외부주주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외국인 투자자(48.57%)와 국민연금(9.8%)이 찬반 결정 때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을 참고한다는 점에서 합병안 통과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일을 계기로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주주와 시장의 신뢰를 얻는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안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합병비율을 재조정하거나 주주 환원 정책을 추가로 제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래 경쟁력과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변화를 추구하는 것 못지않게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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