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폐막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는 경쟁적인 통화평가 절하를 자제하자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미국과 유럽에 이어 일본 정부가 엔저(엔화가치 하락)를 밀어붙이는 것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이 “각국이 경쟁적으로 자국 통화를 평가절하할 경우 경제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한 것처럼 남이야 죽든 말든 자기만 살겠다는 무분별한 화폐전쟁은 세계경제를 공멸로 이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율전쟁을 피하자는 G20 공동선언문 채택은 환영할 만하다.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과 남미 등 신흥국들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본다. 물론 강제구속력이 없다는 점에서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일본 정치권에 심리적 압박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일본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분간 엔저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가 지난해 말 총리로 취임한 이후 엔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면서 엔저 문제는 갈수록 심각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문제는 엔저가 일본은행의 통화완화정책 결과로 나온 것이 아니라 일본 정부가 의도적으로 유도한 것이라는 데 있다. 환율은 공급과 수요에 따라 시장에서 결정해야지, 정부가 시장개입을 해서는 안된다. 일본 정부는 자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부득이 엔화를 마구 찍고 수출을 늘린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중국을 비롯한 주변나라들은 수출길이 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향신문DB)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엔화가치가 1% 내릴 때마다 우리 수출은 0.73%, 수입은 1.17% 각각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엔저는 이웃나라 거지만들기라는 비난까지 받았지만 일본 정부는 기세를 누그러뜨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미국 정부가 엔저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것도 문제다. 미국은 일본 경제가 살아나야 미 국채를 사들이고 자신들의 양적완화정책이 실효를 거둘 수 있는 만큼 노골적인 지지를 표시한 것이지만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앞으로 환율안정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번 공동선언문 채택에 만족하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중국, 남미 등 신흥국가들과 함께 엔저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한 공조를 계속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도 당분간 원화가치 상승(원고)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비용절감 노력을 통한 경쟁력 제고에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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