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LG의 상속세 9000억원이 눈에 띄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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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LG의 상속세 9000억원이 눈에 띄는 이유는

by eKHonomy 2018. 11. 5.

LG그룹의 상속자들이 사상 최대인 9000억원에 이르는 세금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주)LG에 따르면 고인이 된 구본무 전 회장의 주식 11.3%(1945만8169주)를 구광모 회장을 비롯한 3남매가 물려받았다. 이 중 8.8%를 상속받은 구 회장은 7000억원 이상의 세금을 낼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역대 상속세 중 가장 많다. 지금까지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일가가 1840억원을 낸 게 최대였다. 구 회장 등 상속인들은 세금 규모가 큰 만큼 5년간 나누어 낼 예정이라고 한다. 소유한 계열사 지분을 팔았으나 현금이 부족해 주식담보대출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비정규직을 외면하고 가족경영에 집착하는 LG에 공감하는 시민은 많지 않겠지만 제대로 된 상속세 납부만큼은 눈에 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주지하듯이 재벌의 상속·증여세 줄이기는 승계를 앞둔 오너들의 최대 관심사다. 최소한의 세금으로 ‘부의 대물림’을 위해 그룹 차원에서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몰아주기’ 단속에 나선 것도 재벌들이 이를 대물림 도구로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 합법·편법·불법이 뒤섞이면서 위법 시비가 다반사로 발생한다. 예컨대 삼성물산 합병 논란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상속·증여의 문제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매년 60조원 규모의 부가 대물림되고 있지만 실제로 세금을 내는 경우는 극소수이고 규모도 상속액에 비해 매우 적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상속받은 274만명 가운데 세금을 낸 경우는 1.9%에 그친다. 납세는 시민으로서 당연한 의무다. 실제로 대부분의 시민은 세금을 성실히 납부한다.

 

그러나 성실납부 책임이 큰 재벌과 고위관료들은 갖가지 편법·불법으로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두 살배기 손자의 1880만원짜리 통장’ 건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몇해 전 오뚜기 식품이 많은 상속세를 내면서 화제가 됐다. 그 덕분에 오뚜기는 젊은이들이 뽑은 좋은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당연한 일이 미담으로 평가받는 세태는 그만큼 공평과세가 실현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정당한 세금 납부로부터 시작된다.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말할 수는 없다. LG 일가의 세금 납부가 조세정의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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