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의 존속 거주 보장이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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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

세입자의 존속 거주 보장이 핵심

by eKHonomy 2019. 2. 27.

최근 주택시장은 주택가격 측면에서 이제 안정을 넘어 침체와 하락을 걱정할 상황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짧은 기간 동안 급등했던 서울주택가격은 우리나라 주택시장이나 주택정책에 너무 많은 부담을 안겨주었다. 8·2 대책과 주거복지 로드맵, 도시재생 로드맵이 순차적으로 발표되면서 주택정책이 완성도를 높여가던 시점이었기에 더욱 아쉽다.

 

수도권 3기 신도시를 포함한 대규모 주택공급 계획은 서울의 주택가격 폭등이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이 분명하다. 서울에서는 더 이상 주택을 공급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주택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실제 주택공급 효과가 나타나기도 전에 주택가격이 안정된 것을 보면 주택공급 부족이 가격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었던 것은 분명하다. 9·13 대책을 통해 발표한 대출규제도 주택가격 폭등이 낳은 부산물이다. 갑자기 늘어난 주택 매입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취해진 조치였지만 주택시장은 급속하게 얼어붙었다.

 

다주택자의 자발적인 민간임대주택사업 등록을 통해 세입자의 거주권을 보장하겠다는 정부 구상도 흐트러지게 되었다. 세입자의 안정적인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으로 오랫동안 주장되었던 개혁방안은 크게 3가지였다. 전·월세인상률 상한제, 임대차계약갱신청구권, 그리고 공정임대료 제도가 그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자발적 민간임대주택 등록으로 사실상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 인상률 상한제가 적용되는 주택을 2022년까지 전체 임차가구의 45%까지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했다.

 

그러나 서울주택가격 급등 때문에 자발적인 민간임대주택 등록에 대한 인센티브가 축소되면서 최근 민간임대주택 등록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이제 다시 민간임대주택에서 세입자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재검토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주거 안정 장치가 부족한 나라에 속한다. 우선 자가주택점유율이 57.7%로 워낙 낮은 국가이다. 공공임대주택 공급비율도 6.4%에 불과해서 1분위 가구의 절반도 입주하지 못할 물량이다. 주거비 보조금인 주거급여도 수혜대상이 적은 데다 금액도 시장 임대료에 훨씬 못 미친다. 사적 임대시장에서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580만가구 중 민간임대주택으로 등록된 138만호 세입자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비공식 임대시장에서 주거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존속 거주가 보장되지 않는 2년 임대계약 기간은 세입자에게는 가혹하다. 2017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35.9%의 2년 내 주거이동률, 자가가구 11.1년의 절반에 못 미치는 임차가구의 3.4년의 짧은 거주기간, 26.8%의 원치 않는 이주 등 세입자의 주거권 침해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세입자의 존속 거주권을 보장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임차인에게 임대차계약의 갱신청구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많은 국가에서 정당한 사유가 없거나 계약해지로 발생하는 정당 이익이 없으면 임대차계약을 종료시킬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택임대차계약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존속이 사회적 약자의 주거권을 보호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분리된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는 5회에 걸쳐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하고 있는데 주택임대차에서 계약갱신청구권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

 

최소 6년의 존속거주권을 보장하자. 2년의 임대차 계약기간을 유지한다면 계약갱신청구권을 2회 보장하고, 임대차 계약기간을 3년으로 연장한다면 1회 보장해도 6년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게 된다. 1989년 부동산 폭등기 때 임대차 계약기간을 2년으로 연장하지 않았다면 아직도 매년 이사해야 하는 노마드 세입자가 양산되었을 것이다. 정책적 결단이 그만큼 주거안정의 폭을 넓힌 것이다.

 

최근 전·월세 신고제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가 눈에 띈다. 민간임대주택 사업자 등록제가 임대사업자의 임대소득 과세가 주된 목적이었다면, 전·월세 신고제나 임대주택 등록제는 임차인의 권리보호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세등기가 보장되지 않은 현실에서 전입신고를 통한 확정일자제도로는 임차인의 권리보호나 임대차정보 확보도 어렵다. 이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신고제 도입을 하나의 패키지로 의무화할 때가 되었다.

 

주택시장 환경이 달라졌다. 전·월세가격은 주택매매가격보다 더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과거 계약갱신청구권이나 전·월세 상한제가 도입되면 전·월세가 급등할 거라는 걱정도 없어졌다. 지금이 세입자의 존속 거주를 보장할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할 최적기이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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