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의 질적 전환이 필요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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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제윤경의 안티재테크

소비의 질적 전환이 필요한 시대

by eKHonomy 2010. 7. 4.

제윤경|에듀머니 이사


 
신용카드가 화폐의 기능을 대체하면서 소비생활은 쉬워지고 간편해졌다. 이제 신중하게 생각하면서 소비하는 사람은 다른 이의 눈치를 봐야 할 판이다.
‘왜 그렇게 쫀쫀하고 구질구질하게 사느냐’라는 핀잔을 의식해야 한다. 절약해서 돈을 모았고 집도 사고 통장도 많아졌다는 이야기는 한편 부럽기도 하고 반성도 불러오지만 동시에 ‘그럼에도’ 저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는 비호감을 사기도 한다.

그러나 신중하게 소비하는 것은 비호감을 살 만큼 인색하고 구질구질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소비의 질을 높이는 지적인 과정이다.
물질적으로 충분하지 않은 세상에서는 물질의 소유 정도와 소비의 양으로 그 사람의 행복과 사회적 계층을 가늠한다. 즉 문명적 사치 정도가 사람의 가치를 결정하는 잣대가 된다.




19세기 경제학자 J S 밀의 정지상태이론에 따르면 경제성장이 정지한 상태가 되면 비로소 정신문화나 도덕적·사회적 진보 등 진정한 인간의 진보가 실현될 수 있다고 한다.

그 이론에서 이야기하는 정도로 성장이 정점에 이른 것은 아니지만 갈수록 저성장으로 접어들고 물질적 빈곤에서 벗어나면서 문명적 사치가 아닌 문화적 사치를 위한 소비의 질적전환이 필요한 시대가 돼가고 있다. 쌀독에 쌀만 가득해도 부자와 같은 심정을 갖는 시대가 아니라 인문학적 자기 계발을 필요로 하는 세상이지 않은가.

물론 가계부채가 심각하고 많은 중산층 가정이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도 돌아보면 쌀을 사기 위해 빚을 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냉장고에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를 쌓아두고도 또다시 할인마트에서 장을 보는 식의, 합리적 의사결정이 생략된 왜곡된 소비가 문제인 것이다.

신중하게 소비하는 것은 커다란 냉장고와 큰 평형의 집, 정수기와 제빵기, 식기 세척기 등의 전자제품의 수를 늘리는 문명적 사치를 벗어나는 것이다.
많은 것을 소유하면서 편리한 생활을 지향하지만 정작 큰 집의 비싼 관리비와 전기요금 등 각종 유지관리비를 벌기 위해 노동과 재테크에 매달려 불편하게 살아야 하지 않은가.

상담을 통해 어느 소비자는 집안의 물품을 정리했다. 전자제품의 수를 줄이고 옷장을 정리하고 수납공간을 털어내면서 전기요금이 줄어들고 각종 렌털료를 구조조정했다.

옷장을 정리하고 나니 의류비가 감소하고 집안의 짐이 줄어들면서 소비 횟수가 확연히 낮아졌다. 줄어든 비용만큼을 휴가비를 여유있게 책정하고 취미생활과 노후 이모작을 위한 자기계발 비용을 늘렸다.
소득이 늘어난 것이 아니고 신용카드 대신 현금을 사용하면서 불편한 소비를 감수하지만 전보다 삶의 만족이 늘었다고 한다.

이전 같으면 할인이라는 문구만 봐도 지금 사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지금은 ‘꼭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먼저 떠올린다고 한다. 전자제품의 편리성 대신 불편한 수고를 감수해야 하지만, 전자제품을 소유하고 유지하기 위해 지불하던 비용으로 콘서트 티켓 한 장을 더 구매한다. 신중하게 소비하는 것은 최상의 선택을 결정하는 과정이다.

스티브 코비 박사의 성공하는 사람의 습관을 떠올려보자. 소중한 것과 먼저하는 시간관리의 의사결정 능력이 있는 사람이 성공한다. 소비의 원리도 이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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