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13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점포 통폐합은 장기적으로 은행을 살릴 방법이다’ vs ‘대면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고객들이 대거 은행을 떠날 것이다’.
연내 영업점 수를 5분의 1 수준(126개에서 25개)으로 줄이는 씨티은행의 점포 통폐합 계획을 놓고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노조는 점포 통폐합 계획 여파로 두 달간 8700여명의 고객이 이탈해 예금 4500억원이 빠져나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측은 전체 계좌 수에 변화가 없다고 반박한다.
확실한 건 벌써부터 현장에서 느껴지는 고객 이탈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연내 폐점 예정인 한 지점에 근무하는 ㄱ씨의 말이다.
“한미은행 시절부터 계속 거래해오던 고객이 있는데, 씨티 서비스에 만족해서 남편은 물론 아이들 방카슈랑스(보험)와 예·적금까지 다 씨티에서 들었어요. 지금 당장은 지점 직원들 체면 봐서 해지하지 않는데, 앞으로 거래 다 정리하시겠대요. ‘내가 콜센터로 관리받으려고 가족 자산관리 다 맡긴 거 아니잖아요’라면서.”
현장에서 ㄱ씨가 느낀 것은 “고객은 비대면 서비스가 ‘편리’해지는 것은 원해도 비대면으로만 거래할 수밖에 없는 환경은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텔레마케팅으로 대출 상품을 권유받고도 보이스피싱이 우려돼 지점을 직접 찾아 상품에 가입하는 고객 등 대면거래 수요층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점포 통폐합 계획이 실행되면 기존 씨티은행 고객 상당수가 비대면으로 거래할 수밖에 없게 된다. 서울의 경우 강북 쪽 지점이 대부분 폐쇄돼 의정부지점 고객이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은 잠실지점이다.
작은 ‘불편’으로 치부하기에 씨티은행의 점포 통폐합 계획은 너무나 큰 변화다. 인터넷 전문은행 ‘씨티은행’이 아닌 오프라인 은행 ‘씨티은행’의 고객들은 대면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금융소비자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피해를 예방해야 할 책임이 있는 금융당국은 아직 고객 불편·피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사태를 관망할 뿐이다.
금융당국은 씨티은행에 고객의 권리를 보전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더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으라고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경제부 |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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