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천문학적인 급여를 받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경영인은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회장으로 1218억원을 기록했다. 2~4위는 오라클 사장단으로, 825억~1210억원에 달했다. 그다음으로 월트 디즈니의 로버트 아이거는 733억원을 받았다. 주식과 임기연장에 따른 추가보수 등을 합한 금액이다. 이를 두고 디즈니의 상속녀인 애비게일 디즈니는 “최고경영자의 급여가 중간 수준 근로자의 500~700배에 달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질타한 바 있다.
천정부지인 미국 경영인 보수에는 이른바 미국식 주주 자본주의가 배경에 깔려 있다. 기업의 주인은 주주이고, 대리인인 CEO는 주주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다. 그는 1970년 뉴욕타임스 매거진 칼럼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익을 많이 내는 것”이라고 썼다. 기업에 주주 수익률 이외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만큼 자유 사회의 기초를 훼손하는 것도 드물다고 했다. 이를 두고 논쟁이 이어졌으나 대세는 ‘주주 자본주의’편이었다. 주주들에게 가져다주는 이익에 따라 경영인의 보수가 결정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이는 천문학적으로 치솟는 경영인 보수, 단기실적에 매몰도록 하는 경영구조, 사회적 책임 무시를 초래했다.
미국 주요 기업 경영자모임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은 지난 19일 기업의 목적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BRT는 기업의 목적에 ‘고객에 대한 가치제고, 직원에 대한 투자, 협력사와 공평하고 윤리적인 거래, 지역사회 지원, 주주들에게 장기적 차원의 이익제고’ 등을 포함했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업들이 주주들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이론을 수십년간 지지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대한 철학적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한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이재현 CJ 회장(160억원)을 비롯해 주요 그룹 CEO는 50억원 이상을 받았다. 경영인의 노력을 인정한다 해도 과도한 소득불균형은 문제다. 또 기업의 사회적 책임 노력도 부진하다. 말이 아닌 실천으로 주주 자본주의를 반성할 때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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