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체감물가 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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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여적]체감물가 괴리

by eKHonomy 2019. 9. 5.

물가상승률은 0이라고 하는데 소비자들은 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고 불평한다. 직장인들은 ‘월급 빼놓고 다 오른다’고 말한다. 그제 통계청은 8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통계작성 이래 처음으로 0.0%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소수점까지 늘려보면 마이너스 0.038%였다. 한국경제가 ‘저성장·저물가’ 함정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그런데 정부 물가통계와 달리 서민들은 고물가를 더 걱정하는 게 현실이다.


정부의 소비자물가지수 통계는 완벽할 수 없다. 모든 제품과 서비스의 물가를 반영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대한 실생활을 반영할 수 있는 품목을 정하고 가중치를 부여해 물가를 산정한다. 현재 소비자물가지수의 기준품목은 460개다. 이들의 가격변동을 전국 38개 도시의 점포를 대상으로 조사한다. 가격변동이 심한 품목은 조사빈도도 높인다.


출처:경향신문DB


소비자물가지수의 구성 품목은 나라마다 다르다. 소비패턴에 맞춰 가중치도 달리 배정하고 품목도 변경한다. 일본은 생선회, 미국은 쇠고기, 프랑스는 와인의 가중치가 높다. 정부는 2015년 소비자물가지수를 개편하면서 품목도 바꾸었다. 시대변화에 맞춰 전기레인지나 휴대전화·컴퓨터 수리비를 새로 넣었다. 고령화를 반영해 보청기나 안마의자 등의 건강기기 렌털비, 휴양시설 이용료 등도 포함했다. 그러나 지출액이 감소한 꽁치나 난방기기, 종이사전 등은 제외했다.


한국은행은 4일 소비자들의 물가인식 통계를 내놓았다. 이는 지난 1년간 소비자들이 생각하고 있는 물가상승률이다. 한은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지난 해 8월보다 물가가 2.1% 올랐다고 생각했다. 이는 전날 소비자물가가 오르지 않았다고 하는 통계와 차이가 난다. 더욱이 소비자의 물가인식과 정부의 통계의 괴리는 6년 만에 가장 큰 수준으로 벌어졌다.


소비자물가지수는 경기를 판단하는 기초자료다. 매년 정부의 재정·금융정책이나 기업의 노사 간 임금협상의 기초 자료로 이용된다. 그런데 정부의 통계와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의 격차가 최대로 벌어졌다. 이는 정부의 물가통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서민의 눈높이에 맞는 ‘현실 물가’에 귀 기울여야 할 때인 것이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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