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 불법비자금·비리 혐의를 최초로 제보한 박윤배 서울인베스트 대표가 경향신문에 "정의가 아님을 변명한다"는 제목의 기고를 보내왔습니다. 기고글을 오피니언X에 전재합니다.
박윤배 서울인베스트 대표
오랜 시간 진술이 끝나고 검사가 묻는다.
“이번 태광산업 불법 비자금조성·로비 의혹 제보에는 꼭 정의감뿐 아니라 개인적인 동기도 있었지요?”
그런 다음 바로 내 얼굴을 쳐다보며 말을 덧붙인다. “의례적인 진술 양식이니 기분 나쁘게 생각 마시고 그렇다고 해주시지요”라고.
나는 검사에게 그건 내 생각이 아니라고 했다. 나는 지난 1년 9개월 동안 태광산업의 불법을 조사하고 검찰에 제보하게 된 데에는 ‘아주 순수한 개인적 동기’ 외 다른 의도는 없다고 했다. 나는 정의를 생각하지 않았으며 기업가로서 이익을 얻기 위해 시간과 자원을 투자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입장이 분명하시니 뭘 더하고 빼고 할 게 없어 좋습니다” 하며 그대로 받아 적는다.
나는 이 비슷한 질문을 기자들에게도 수없이 받았다. 거의 대부분 나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럼 뭐야? 주식도 두 주밖에 없잖아? 정의도 아니고 돈도 아니고 동기가 설명되지 않잖아? 태광으로부터 27억원을 받아내려고 협박한 거 아냐?
어떤 언론은 내가 정의감에 했다 쓰고, 어떤 언론은 ‘27억 진실공방’ 이라는 식으로 기사를 써 나에게 창피를 준다.
검찰 수사관들이 21일 서울 장충동의 이선애 태광산업 상무 자택을 압수수색한 뒤
압수물을 차로 실어 나르고 있다. /경향신문 김문석 기자
서울인베스트는 불법비리로 주주에게 손실을 끼친 기업을 정상으로 고쳐 수익을 얻는 기업이다. 태광산업의 경우처럼 약 7조의 가치를 가진 기업이 수 년 째 그 10분의1 가격인 8000억원에 맴돌 경우 우리는 전면 조사에 들어가며, 요즘처럼 ‘강력한 개선의 과정’을 밟게 만든다.
태광산업은 서울인베스트의 기업가치 정상화 정보가 시장에 퍼진 후 3년 째 70만원대였던 주가가 최근 1백25만원대로 수직 상승했다. 주가가 약 80% 오른 것이다. 앞으로 더 오를 것이다. 수십년째 불법비리에 짓눌렸던 주가인데, 그 기업의 ‘개선의 가능성’이 보였기 때문이다.
북한이 세계 최악의 ‘기아 국가’가 된 것은, 그 나라의 독재정치와 관계가 깊다고 나는 생각한다. 동시에, 대한민국이 세계 제일의 ‘자살 국가’가 된 이유는 불법비리 그리고 기업가들의 독재와 깊은 관계가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태광의 이호진 일가를 보라. 이게 어떻게 기업가이며, 기업인가. 불법비리 백화점이지.
한국의 불법비리 ‘기업가 독재’ 문제는 청년실업, 비정규 임금노동자 쥐어짜기, 원하청 등의 뿌리 깊은 경제문제와 깊은 관계에 있다고 본다.
아무리 유능한 인재라도 이런 구조에서는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될 수 있는 길이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다. 이른바 오너 일가가 리더 자리를 독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높은 자리에 오르려면 기업 발전에 맞는 인재가 되기보다는 오너의 ‘입맛’에 맞는 ‘최고의 부하’가 되어야 하는 현실이다.
서울인베스트는 바로 이러한 ‘오너 충성형 불법비리 기업’을 찾는다. 왜냐고? 그 기업을 제대로 바꾸면 기업가치가 정상화되고, 불법비리를 저지른 오너를 제외한 주주 및 관련자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귀결된다면 말할 필요도 없이 서울인베스트는 ‘초대박’의 이익을 얻게 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이익은 서울인베스트가 시장으로부터 강력한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기업에게 시장의 신뢰만큼 큰 이익은 없다.
태광 불법비리 추적 1년 9개월의 제보자 서울인베스트는 정의가 동기가 아님을 변명한다. 우리는 기업이다.
반응형
'온라인 경제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나라당의 '동네수퍼 죽이기' (0) | 2010.11.03 |
---|---|
'청년사회적기업가'를 키워라 (0) | 2010.11.02 |
자본 시장이 해줄 수 있는 것 (2) (0) | 2010.10.29 |
자본 시장이 해줄 수 있는 것 (1) (0) | 2010.10.29 |
[한겨레 시론] 국가와 시민이 정용진에게 답하라 / 조국 (0) | 2010.09.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