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크게 바꿔 놓았다. 콘택트(contact)에 의한 대면활동이 줄면서 대면을 하지 않는 언택트(untact), 실제로 만나지는 않지만 온라인상에서 만나는 온택트(ontact)와 같은 말이 생겼다. 코로나19로 인한, 우리가 살고 일하고 노는 방식의 변화는 거의 변혁에 가까울 정도로 컸기에 코로나19가 종식되어도 예전의 콘택트 시대로 100% 돌아가기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앞으로도 언택트, 온택트가 대세일까? 나는 하이브리드택트(hybridtact)의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 하이브리드란 서로 다른 요소나 특성들이 융합되어 부가가치가 높아진 제품이나 방식을 말한다. 비대면 활동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대면 시 얻을 수 있었던 장점들을 살리지 못하면서 다양한 애로사항들이 표출되고 있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은 대인활동을 해야 한다. 대인 접촉이 없이 혼자 사는 사람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이 나빠지는 것 또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대면과 비대면의 장점들만 결합된 하이브리드택트 시대로 갈 것으로 보는 것이다.
예컨대, 카이스트는 10여년 전부터 에듀케이션 3.0을 추진해 왔고, 지금은 4.0을 추진하기에 온라인 교육을 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녹화된 강의나 실시간 온라인 강의뿐 아니라 토론과 과제 등도 적절히 결합하면서 교육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하지만 실험실습은 거리 두기가 가능한 상태로 분반해서 했지만, 예년처럼 철저하게는 하지 못한 것 같다. 앞으로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이 적용되어 좀 더 효율적일 수는 있지만 새로운 연구를 통해 발견, 발명, 개발을 하는 대학원생과 일부 학부생 연구의 경우에는 실질적인 실험을 반드시 수행해야만 한다. 또한 교수와 토론할 때에도 연구·개발 결과물들을 대면으로 실제 보면서 해야만 한다. 앞으로 대학은 하이브리드택트 교육 형태로 바뀌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이브리드택트 교육은 계속학습에도 잘 적용할 수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2030년이 되면 전 세계 8억개의 일자리가 신기술에 의해 대체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과 기계가 현재 우리가 하는 많은 일들을 대체하면 현재는 기술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보유한 기술들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고, 그 기술자의 가치는 5년마다 50%씩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자신의 지식과 기술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상황에서 온라인 학습과 가상 및 증강현실을 이용한 효율적인 계속학습은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으며, 이때도 실제 만들고 수행하고 토론하는 대면학습이 추가되면 보다 더 효율적인 계속학습이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하이브리드택트 교육과 학습을 통해 미래 새로운 일자리에 요구되는 신지식과 신기술, 복잡한 문제 해결 능력, 분석적 사고, 혁신성, 비평적 사고, 시스템적 생각 등을 갖출 수 있어야겠다. 이렇게 함으로써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적응력과 적응진화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비즈니스쪽도 마찬가지다. 온라인 쇼핑, 스트리밍 영화, 온라인 게임, 온라인 회의 등 온라인 활동이 많아지다 보니 온라인 서비스 업체의 매출과 수익은 크게 높아진 반면, 항공·자동차·정유 등 기업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공유경제의 꽃으로 불렸던 우버, 에어비앤비 등의 실적도 코로나19로 인해 급격히 악화되었다. 하지만 남의 차를 빌려 타는 우버는 실적이 나빠진 반면 음식을 배달해주는 우버이츠는 실적이 좋아진 것도 생각해 볼 부분이다. 매장 방문을 꺼리는 자동차 구매자들을 위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로 제품을 선전하기도 하며, 중국 온라인 쇼핑몰 징둥닷컴의 경우 인터넷 생방송으로 베이징 아파트 약 1000가구의 매매를 중개하기도 했다. 스트리밍 영화 서비스와 집 안의 초대형 TV로 영화 보러 극장 가는 것은 대체한다 해도 오페라나 연극과 같이 현장에서 성악가와 연기자들을 보는 것은 대체할 수 없다. 하이브리드택트 시대엔 비즈니스뿐 아니라 모든 활동에서 무엇을 언택트와 온택트로 효율적으로 진행하고, 무엇을 대면으로 해야 할지 정확히 예측해 추진하는 게 핵심이라 하겠다.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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