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재정정책의 효율성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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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

이젠, 재정정책의 효율성이 문제다

by eKHonomy 2020. 6. 24.

3차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적기에, 정확한 목표를 정해 효율적으로 집행되어야 할 일이다. 


이러한 확장적 재정정책의 경제적 효과는 얼마나 될까? 추정 방법이나 분석 시기가 상이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국내 주요 기관이 추정한 우리나라의 재정승수효과는 그 편차가 상당히 크다. 재정지출 1단위가 유발하는 국내총생산(GDP) 증가 규모라는 지극히 단순한 개념임에도, 그 추정 방법도 다양할 뿐 아니라 측정 기간이나 직간접 효과 포함 여부 등에 따라 결과도 꽤나 상이하다. 예컨대 기획재정부는 0.3~0.4, 조세재정연구원은 0.51, 국회예산정책처는 0.14~0.49, 한국은행은 1.27 정도라고 얘기한다. 


이러한 사정은 다른 국가들도 비슷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전 세계의 연구들을 모아 정리한 바에 따르면, 재정승수는 1 정도이고, 공공투자가 공공소비보다 다소 높다. 조세와 이전지출의 효과는 4분의 1 정도라고 한다. 당연히 평균은 평균일 뿐 어느 나라나 달성이 보장된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다양한 사례와 경험에 대한 분석들 덕분에 정책결정자 및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재정정책의 효과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합의가 존재한다.


통상 재정승수의 결정요인은 구조적 요인과 상황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구조적 요인으로는 교역 개방성, 노동시장 경직성, 자동안정화장치의 크기, 환율체계, 국가부채 수준, 공공지출 관리역량 등이 있다. 대외개방도가 높거나 임금이나 환율 등의 경직성이 작을수록 재정승수효과는 작다. 반면 재정 자동안정화장치의 규모가 작을수록, 또 국가부채가 낮을수록 재정승수효과는 크다. 당연하지만, 재정지출 집행의 비효율성은 승수효과를 감소시킨다. 선진국보다 개도국이나 저소득국가의 승수효과가 작게 나타나는 것도 상당 부분 이 때문이다. 한편 상황적 요인으로는 경기상황과 통화정책 스탠스가 꼽힌다. 일반적으로 경기수축기에 재정승수효과가 더 크다. 경기가 안 좋을 때 재정 투입 효과가 더 크다는 얘기다. 또한 통화정책이 완화적일 때, 특히 기준금리의 수준이 실효하한에 가까운 경우에 승수효과가 크다. 다수의 연구에 따르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0.5~1.1인 승수효과가 2.3~4 수준까지 증가한다. 저성장·초저금리 상황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이 유효한 경기 대응 수단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결과가 저절로 보장되는 건 아니다. 정책의 적시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이번 추경안과 같이 사전에 계획되지 않은 재량적 재정정책은 행정부 내의 의사결정과 정치적 합의과정 그리고 집행까지의 실행 시차로 인해 애초 의도한 만큼의 결과에 이르지 못하거나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 


IMF가 제시한 준칙 기반 재정 확대나 반자동안정화장치의 도입은 이러한 문제점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재정지출의 발동 요건과 종결 조건을 사전에 명시함으로써 경기변동 및 경제적 충격에 대한 재정의 대응능력을 높일 수 있다. 발동 요건으로는 자연실업률로부터의 괴리율이나 실업률의 12개월 이동평균, 또는 3개월 이상 일자리 감소 등이 제시되기도 한다. 또한 재정투자 계획들의 우선순위를 정해 발동 요건이 작동하게 되면 신속하게 집행되도록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정책의 종결 조건에 대한 명시도 필요하다. 일단 한번 늘어난 재정지출은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어야 정치적 동의도 가능하고,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재정건전화나 재정준칙에 관한 논의에서 이미 많은 국가가 사실상 폐기한 정부부채비율의 절대적 수준만 도그마로 고집할 게 아니라 준칙 기반 재정 확대의 작동 요건을 명확히 함으로써 재정정책의 적시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경제에 미치는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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