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에 돈 빌려주기보다 정부의 복지정책 확대가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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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에 돈 빌려주기보다 정부의 복지정책 확대가 우선

by eKHonomy 2011. 4. 25.

제윤경 | 에듀머니 이사·참여연대 민생팀 실행위원

서민 금융 기반 강화가 빚 정책?

금리와 물가가 동반 상승하면서 가계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부동산 시장 또한 냉기가 돌면서 집을 팔아서라도 대출을 상환하려는 가정으로선 탈출구가 막혀버렸다. 1% 이자라도 더 챙기려는 마음으로 저축은행이 판매한 후순위 채권에 돈을 넣은 서민들은 돈을 떼이는 등 이래저래 서민가계를 둘러싼 악재가 한둘이 아니다.

이러한 때에 지난 17일 금융위원회가 ‘서민 금융 기반강화 종합대책’을 내놓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대심을 갖게 했다.

그러나 대책의 상당 내용이 돈을 빌려주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다. 미소금융이나 햇살론을 확대하고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전환대출의 활성화가 주요 대책이다.

당장 긴급자금이 없어 사채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서민들로선 반가운 내용일 수 있다. 그러나 정부를 통해 비교적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쓸 수 있다고 해서 한계상황에 내몰린 저소득 가구에 근본적인 도움이 될 수는 없다. 급한 불을 껐다고는 하지만 그 또한 빚이기 때문에 갚아야 할 의무는 여전한 것이다.

사실상 저소득계층에게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은 복지정책이지, 돈을 빌려주는 대부사업이 아니다. 정부가 대출상품으로 이를 대체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상담을 받은 어느 저소득 가구는 카드대출과 리볼빙 결제로 매월 빚에 허덕이던 중에 정부의 햇살론을 이용하게 됐다. 그 돈은 전부 기존 카드대출과 리볼빙 결제에 쓰였다. 비교적 낮은 이자의 대출로 갈아탄 듯하지만 달리 이야기하면 정부 빚으로 카드사들의 채권을 해결해 준 셈이다.

카드사들은 그 저소득 가구에 기존 대출 상환과 동시에 대출한도를 다시 늘려주는 불필요한 친절도 베풀었다. 결국 그 가구는 햇살론 상환에 허덕이다 다시 카드대출과 리볼빙을 이용하는 악순환 상태로 돌아갔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살아도 불안정한 고용상태에서는 늘 빚에 쫓겨 살 수밖에 없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는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빌려쓴 돈을 신중하게 잘 쓰기도 어렵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어렵게 번돈에 비해 공짜로 생긴 돈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덜 느낀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공돈’은 신중하게 쓰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저소득 서민 가구의 경우에도 한계상황에 내몰려 있기는 하지만 마찬가지로 빌린 돈을 공짜로 생긴 돈으로 여겨 최대한 잘쓰기 위해 치밀하게 계산하지 않고 쓸 위험이 있다. 결국 어디에 썼는지도 모르게 빌린 돈이 허탈하게 사라지는 경험을 한다. 다시 빌린 돈을 갚아야 한다는 현실 앞에서는 더 큰 절망에 내몰려 자립의 동기가 극도로 낮아지는 무기력 상태로 내몰린다.

정부가 저소득 서민가구를 위한 금융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빚을 늘리는 정책으로 가서는 안된다. 사회복지로 해결하고 자립의 동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저축을 장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서울시의 희망플러스 통장의 경우 서울시에서 저축을 하는 저소득 서민가구에 그만큼의 저축지원을 한다. 10만원을 저축하면 10만원을 서울시에서 보조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이용하는 저소득 서민가구에 희망을 준다. 말 그대로 자립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우리나라는 가계부채가 심각하고 저축률은 세계 골찌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까지 나서서 빚을 늘리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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