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코피작전’에 대한 페이스북의 반응은 의외였다. 친구와 친구를 연결시키는 이 소셜미디어의 속성상 내 ‘페친’들은 누가 뭐래도 보수성향은 아닐 텐데도 그랬다. 예컨대 미국의 제한전에 북한이 보복으로 맞서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 지지를 받았다. “북한의 보복이 전면전을 부르면 결국 파멸을 초래할 테니 북한은 울며 겨자 먹기로 당할 수밖에 없다, 장사정포는 낡아서 ‘서울 불바다’는 과장일 뿐이다”… 등등의 자못 논리도 갖췄는데 “이참에 골칫덩이를 해소하자”는 식의 호전적 댓글이 주르르 달렸다. 단일팀 구성을 둘러싼 논란이나 북한의 약속 위반에 눈살을 찌푸릴 만한 상황이긴 했지만 이런 무서운 집단사고가 나타날지는 짐작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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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페북의 글들처럼 ‘예방전쟁’을 주장한 이론도 있다. 미국의 원자폭탄을 설계한 맨해튼 프로젝트의 주축이며 게임이론을 창시한 폰 노이만은 일관되게 선제타격을 주장했다. 아주 거칠게 요약하면 공격을 받은 소련은 보복하거나 보복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일 텐데, 보복하지 않으면 그 자체로 승리이고 보복한다 해도 소련의 선제공격을 받는 것보다는 피해가 적을 것이라는 논리다. 현실에서는 쿠바 위기 등 몇 번의 핵 위기 속에서도 셸링의 주장이 관철됐다. 핵무기가 전쟁의 성격을 바꿔 놓은 것이다.
한편 이 둘을 싸잡아 비판한 또 한 명의 천재 게임이론가가 있었다. 악셀로드의 반복 죄수의 딜레마 토너먼트에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Tit for Tat) 전략으로 두 번 우승한 래퍼포트가 그 사람이다. 그는 게임이론을 아무 데나 적용하는 게 아니며 전쟁에 이길 확률과 그 피해액을 누가 계산할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셸링과 래퍼포트는 서로의 책에 대한 서평 형식으로 치졸한 말싸움을 벌이기도 했는데, 이 평화주의 싸움꾼의 생각은 훗날 ‘핵 없는 세상’으로 발전했다. 억제에 기초한 평화는 차갑고 군비경쟁이라는 어마어마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 따뜻한 평화는 어떻게 해야 올까? 그토록 오래 수많은 전쟁을 치렀던 유럽 나라들 간의 요즘 평화는 분명히 공포에 기초한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안보는, 특히 한반도 상황은 힘에 기초한 평화, 차가운 평화를 먼저 요구한다. 그러나 한 치도 양보하지 않고 서로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혹시나 해서 각각 총을 품고 사는 이웃이 어찌 행복할까?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술에 환호해서, 행여 실제의 전쟁으로 이어지게 해서는 안된다. 국내의 이런 반응은 감정의 에스컬레이션, 오인과 실수로 인한 전쟁의 확률을 높일 것이다.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게 할 방법은 없을까? 있다. 북한 경제는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시장이 지배하고 있으며 상당한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최근의 북한의 법 제·개정 동향을 보면 북한 정부는 이미 존재하는 시장을 추인하고 이제 금융 등 거시경제 문제까지 고민하고 있다. 이런 거대한 경향을 되돌리는 것은 ‘위대한 령도자’에게도 엄청난 모험일 것이다. 하지만 이 방향은 핵개발로 인한 국제제재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성공한 듯 보이는 핵-경제 병진 노선의 내부 모순은 점점 더 커진다. 북한의 단계적 조치에 따라 국제제재를 풀어서 결국 스스로 비핵화를 택하도록 해야 한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모두의 규범을 지키게 되면 한반도에 따뜻한 평화가 터를 잡을 것이다. 관련국 모두가 참여하는 국제판 햇볕정책이 필요하다.
<정태인 |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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