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과 폐업을 보는 또 다른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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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

창업과 폐업을 보는 또 다른 시각

by eKHonomy 2019. 12. 4.

최근 정부부처와 여러 지자체가 창업을 경쟁적으로 육성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실상은 창업을 통해 내수 경제가 활성화되기보다는 오히려 폐업률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조사한 지난해 서울지역 소상공인의 월평균 창업률과 폐업률은 각각 ‘2.4%와 4.3%’이다. 중기벤처부에서 발표한 개인사업자 폐업 수 역시 2015년 이전까지는 연간 70만개 수준이었으나, 2016년 이후 80만개 이상으로 10만개 넘게 증가한 상황이다.


세부 업종별 통계를 살펴보면, 가장 대표적인 창업 업종 중 하나인 커피전문점 역시 최근 들어 창업보다 폐업이 늘고 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전국 커피전문점 수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전년 대비 8% 이상 증가해 왔다. 이에 따라 2009년 이후 커피전문점 창업이 폐업보다 많은 상황은 지속되고 있으나 최근 들어 창업률은 하락하고 폐업률은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운영 중인 커피전문점 10곳 중 1곳은 적자라고 한다.


숙박·음식점업 역시 지난해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서 따르면, 대출 잔액이 51조2589억원으로 1년 전보다 4조4644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 8월 통계청도 직원을 둔 자영업자는 153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만6000명(7%) 줄어든 데 반해, 고용원이 없는 나홀로 자영업자는 412만7000명으로 9만7000명(2.4%) 늘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즉 경영난이 점차 심화되어 종업원 없이 가족 근로 내지 나홀로 자영업을 수행하는 사람이 10만명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이러한 국가기관들의 발표 추세를 종합할 때, 현재 영업 중이지만 실질적으로 폐업을 고민해야 할 자영업자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할 때, 창업은 정말 위험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면 특정 의사,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만이 대안일까? 이를 조금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조금 다른 생각을 갖게 된다.


어쩌면 창업 실패 확률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첫 번째 창업에서 실패 확률이 높은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흔히 창업과 대비되는 안정된 직업으로 분류되는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의 경우에는 개업 등을 통해 업무를 수행하기에 앞서 적게는 3년 길게는 10년 가까이 관련 공부를 한다. 사전에 실패율을 낮추기 위한 오랜 숙련기간을 거쳤기에 안정적인 직업이 된 것이다. 이에 반해 사전 예행연습 및 장기간 숙련기간 없이 시도한 창업의 실패율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글로벌 기업가 중에서는 뼈아픈 사업 실패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미국과 중국 기업인은 평균 2.8번의 실패 경험을 가지고 있다. 우리에게 익히 잘 알려진 사람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인데 그 역시도 한때 개인파산을 4번이나 신청한 경력이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 전 회장도 8번의 사업 실패 후에 알리바바를 탄생시켰다.


반면 우리나라 기업인의 사업 실패 경험은 평균 1.3회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폐업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본인 명의로 재창업하는 비율은 3% 수준. 폐업 기업 대표이사가 임원으로 참여하는 경우도 4.2% 수준이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우리 기업인이 사업 실패 경험을 성공의 밑거름 내지 숙련기간으로 생각하기보다 실패 그 자체로 여기는 경향이 더욱 크다는 사실을 내포한다.


어떤 의미에선 우리나라에서 창업 후 5년 생존율이 여타 OECD 국가보다 현격히 떨어지는 원인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고 할 것이다. 2010~2014년 동안 5년 생존율이 조사 대상 OECD 17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영국은 5년 생존율이 37.5%, 독일은 41.0%, 스웨덴은  62.6%에 이르렀다. 이러한 수치는 30%가 채 안되는 우리나라의 상황과 극단적인 대조를 이루고 있는 실정이다. 창업 후 실패하는 과정에서 쌓은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사람이 재창업에 참여하지 않는 상태에서 5년 생존율이 낮아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이다.


정부에서는 창업 실패 이후에도 원활하게 재창업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을 연이어 마련하고 있다. 신용불량으로 인한 금융거래 불가능 문제 개선, 재기 기업인 세제 지원, 정책자금에 대한 채무 면제 확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정작 다른 데 있는 듯하다. 실패한 기업인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와 실패한 기업인 스스로의 태도가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한다. 사업에 실패했다고 해서 스스로를 실패한 사람으로 낙인찍기보다 값진 경험을 쌓았다는 생각으로 다시 한번 도전하려는 태도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귀한 경험을 저버리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실패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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