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과제인 창조경제가 잘되면 좋겠다. 한국경제는 그간 남의 것을 베껴 빠르게 쫓아가는 방식으로 성장해 왔으나 이제는 앞장서 가야 할 때가 왔다.
그러나 창조 즉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돈을 벌 수 있는 창조경제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더 어렵다. 어려운 창조경제의 성공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서는 뛰어난 인재가 창조와 관련된 분야에 많이 흘러 들어가야 한다. 창조가 어렵고 모호하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천지창조 빼고는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젊은이들이 희망하는 최고의 직업은 판검사, 공무원,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교수, 교사, 공기업 직원 등이다. 이들 직업은 창조경제와 직접 관계는 별로 없다. 한국에서 인재의 흐름을 바꾸지 않으면 창조경제는 큰 성과를 내기 어렵다. 의사 등 전문직보다는 과학기술 분야에, 고시·공시보다는 벤처창업에 더 좋은 인재가 몰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보수·안정성·명예 등 직업의 종합적인 보상체계가 변해 창조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공무원, 전문직, 교수 보다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관료는 괜찮은 보수, 정년보장, 높은 연금, 권력 등의 혜택을 기본으로 누리고, 덤으로 고액 연봉을 받는 자리를 얻거나 잘하면 장관도 된다. 의사 등 전문직은 높은 소득과 명예 그리고 고령화시대에 정년 없는 일자리가 보장돼 있다. 교수는 괜찮은 소득, 긴 정년, 고액 연금과 함께 정치활동의 자유까지 있어 일부는 국회의원이나 장관도 한다. 이들 직업이 주는 보상이 너무 커서 많은 젊은이들이 고시·공시에 매달리고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고시생 (경향DB)
또한 학벌과 능력을 갖춘 많은 사람이 평생 시간강사로 보낼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교수 자리를 찾고 있다. 조선시대 장원급제를 위해 20년, 30년씩 아무것도 안하고 틀어박혀 과거시험 준비만 하던 것과 똑 같다. 여기에다 1990년대 중반까지 한국에서 가장 공부 잘하던 사람이 지원하던 서울대 전자공학과나 물리학과는 이제 전국의 의대, 치대를 다 채워야 학생을 받을 수 있다.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창조경제뿐 아니라 한국경제가 역동성을 유지하며 성장하기 위해서도 인재의 흐름은 바꾸어야 한다.
인재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향에서 접근할 수 있다. 하나는 창조경제 분야에 재정지원 등을 통해 보상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의미는 있으나 국민경제의 생산 분배의 순환구조상 한계가 있다.
분배란 국민경제의 부가가치를 생산에 참여한 주체 간에 소득을 나누는 과정인데 특정계층이 과도하게 많이 가지면 다른 계층의 몫은 그만큼 줄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어렵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으로 공무원, 전문직 등의 종합적 보상 수준을 더 이상 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들 직업으로의 인재 쏠림현상을 볼 때 보상을 조금 낮추어도 우수인력 확보에 어려움은 없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공무원·교수 등 공공부문의 보수 동결, 공무원 연금개혁 등과 함께 금융기관장 감사 등 공무원이 퇴직 후 가는 자리의 연봉을 상식적인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의사 등 전문직은 정원을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일자리를 늘리고 의료산업의 수출 산업화를 용이하게 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그리고 의료법 변호사법의 개정을 통해 관련 업무의 독점을 완화하는 것도 이들의 보상수준을 낮추고 새로운 직업을 창출할 수 있게 한다.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을 것이다. 당사자들의 반발이 어마어마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창조경제의 성공뿐 아니라 한국경제의 많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과제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라 힘이 있고 새누리당은 과반수 의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의지만 있다면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성과를 낸다면 박 대통령은 어려운 개혁을 추진한 그리고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정대영|송현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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