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부총리의 역할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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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

최 부총리의 역할을 기대하며

by eKHonomy 2015. 7. 1.

나라 상황이 어렵다. 국민들을 공포에 떨게 한 메르스의 향방을 계속 지켜봐야 한다.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지역이 아직도 많다. 경제 상황도 좋지 않다. 올해 들어 수출은 6개월 연속 감소했고, 6월에는 회복되리라는 전망을 비켜갔다. 메르스로 인해 소비 위축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보다도 더 심각하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3.8%에서 3.1%로 하향 조정했다. 실제로는 2%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연구기관의 예측이 많다.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하고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이가 많아졌다. 과 사고가 일어날 수는 있겠으나, 이에 대처하는 리더십과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모든 사항이 ‘대통령 책임’으로 귀결되고 있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 대해서도 주무 장관은 “국무회의에 최초 보고했으며 이후 유선상으로도 보고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시중에서는 청와대와 행정부의 의사소통이 충분하지 않고 실무 행정가들에게 책임의 무게감이 없다고 보고 있다. 이 와중에 대통령은 다시 여당 지도부와 국회를 상대로 격렬한 대립 전선을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적 충격이 닥치면 어찌 될까 하는 걱정들이 태산이다.

일단은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능력 발휘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격화된 정쟁 구조와 통합적 리더십 부재가 부각되면서 한국 경제가 신뢰의 위기에 봉착할 수 있는 국면이다. 최 부총리는 총선 출마를 포기하고 경제시스템 전반을 철저히 관리한다는 책임감을 공표해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섣부른 경기부양보다는 위기관리에 초점을 두고 정책을 운용해야 한다.

위기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추경 편성과 집행도 정치권과의 갈등을 최소화하는 정도로 진행되기를 바란다.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15조원 이상의 돈을 풀겠다고 나섰다. 대체로 세입추경이 5조원, 세출추경이 5조원 이상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추경을 급하게 추진하다 보니 어디에 돈을 써야 할지에 대한 세부계획을 아직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세입추경을 5조원으로 짠 것은 올해 조세수입이 계획보다 5조원 부족할 것이라는 의미다. 세수 부족이 계속되고 있으니 세수 확보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최 부총리_경향DB

시점이다. 세출추경을 추진하는 기준과 용처에 대한 기본 원칙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최 부총리는 “가계부채 증가에 유의하고 있으나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공언한 바 있다. 불안감을 증폭시키면 안 된다는 정황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충분히 조심하고 장기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금리 인상기에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선제적 관리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최 부총리의 언급은 호평을 받을 만하다.

한국은행은 올해 3월 말 가계부채 규모가 1099조3000억원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가계부채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므로 지금은 1100조원을 넘어서 있을 것이다. 2013년 국내총생산은 1428조원이었다. 정부가 낙관론을 펴는 근거는, 전세금이 가계부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전세금은 안전한 채권에 속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세금 채권의 안전성은 주택가격의 안정성을 전제로 한다. 금리나 주택가격의 중장기적 추세가 변동하면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주류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미국 프린스턴대의 아티프 미안 교수 등은 경제위기의 여러 사례를 소개(<빚으로 지은 집>)한 바 있다. 미국의 경우 2008년 대침체 직전 2000~2007년에 가계부채가 두 배로 늘어 2007년에 14조달러에 이르렀다고 한다.

2007 년 미국 국내총생산은 14조4800억달러였다. 대공황 이전 1920년대에도 가계부채가 유례없이 증가했다. 미국의 대공황과 대침체 직전에 가계부채가 급증했고, 가계지출이 급감하는 순간에 대공황과 대침체의 뇌관이 터졌다는 것이다.

위기에 대비하는 경제 리더십을 구축하지 않으면, 가계부채 문제가 언젠가 폭발해 대공황·대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최 부총리의 애국적 역할을 간곡한 마음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여야 모두에서 보다 안전하고 지속적인 성장·발전에 대한 방안이 진지하게 논의되길 희망해본다.

이일영 | 한신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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