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수출로 먹고산다고 하지만 엄연한 ‘자영업자’의 나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 중 자영업자 비중이 가장 높다. 전체 취업자 약 2720만명 중 24%인 560만명에 달하고, 457조원인 국내총생산의 17%인 80조원을 담당하는 등 국민경제의 중심이다.
그런 자영업과 한국 경제가 위기에 처했다. ‘K방역’ 덕에 ‘셧다운’이 없었는데 최근 집합금지와 영업제한 등 방역조치로 경제타격이 심각해졌다. 불꺼진 한국 자영업에 먼저 불거진 문제는 ‘임차료’다. ‘착한 임대인’이나 ‘차임증감조정권’으로 해결될 수 없으니 ‘무사업-무임차료’를 주장하는 ‘임대료멈춤법’이 발의되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방역지침에 의한 피해는 감염병예방법상 손실보상은 아니다. 하지만 재난이나 공권력의 행사로 인한 국민 피해라면 응당 국가가 보상하고 조정해줘야 한다. 상황이 위급하기에 선제조치도 필요하다. 셧다운을 경험한 다른 나라를 보면 명확하다. 경제에 비중이 크지 않은데도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들의 폐업이나 직원 대량해고를 막도록 사회적 안전장치를 만들고 재정을 쏟아붓고 있다.
연말연시 한 달간 ‘셧다운’하는 독일은 사업장 고정비의 90%를 지원하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했다. 영국은 자영업자에게 과거 평균수익이나 임금의 80%를 각각 지원금으로 지급한다. 일찌감치 ‘코로나구제법’을 입법해 연 세출의 절반 가까운 예산을 편성한 미국도 사업자당 1000만달러(110억원)까지 무상지급한다. 각국이 재산세, 사회보험료나 대출이자를 면제하거나 경감하는 건 기본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특별법 입법을 통해 ‘논란 없는’ 확고한 지원체계를 구축, 선제적으로 재정을 ‘퍼주기’한다는 것이다. 폐업과 해고를 막겠다는 의지와 어떻게 지원해도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우리를 보자. 경제방역 조치라고는 여태껏 전 국민 재난지원금, 취약업종과 고용유지 지원금이 전부다. 영업제한 임대료 보전 등 맞춤형 지원은커녕 세금·대출금 이자 경감 등도 없이 각자도생 중이다.
이 정도면 경제·재정당국은 신음하는 경제현장을 살피고 외국의 선례를 들며 정치권을 설득해 긴급지원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마지못해 준 재난지원금의 경제성마저 부인하고 재정건전성만 되뇌며 숙원인 ‘재정준칙’을 도입하려는 재정당국을 보고 있노라면 국민에겐 또 다른 재난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시간이 없다. 우선 포괄적인 ‘재난 긴급보호 프로그램’을 만들고 사업과 고용유지 지원금을 공급해야 한다. 재해로 20% 이상 자산손실되면 감면하는 재해손실 감면제도를 매출과 이익 감소에도 적용해 손실비율만큼 미납세금과 낼 세금까지 깎아주어야 한다.
영업제한 자영업자와 임대인의 고정비용을 획기적으로 경감하는 패키지도 필요하다. 임대료는 50% 수준에서 감경하되 세액공제로 보전하고 재산세 등 세금·공공요금과 이자비용을 경감한다. 자영업자가 고용으로 부담할 사회보험료, 재산세 등 세금과 이자도 면제하거나 경감해야 한다. 대신 사업과 임대차관계, 고용유지 의무를 지키도록 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영업자 긴급지원은 더 이상 늦지 않아야 하고 최대한 버티게 파격적이어야 한다. 경제생태계 붕괴가 우려되면 포괄적인 ‘코로나특별법’은 물론 대통령 긴급재정경제명령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 경제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솔선하고 ‘스킨 인더게임’이라는 말처럼 대상자와 경제주체들이 명확한 공동체적 인식과 지향점을 공유할 수 있다면 감당할 수 없는 큰 파고도 넘을 수 있다. 지역과 서민경제의 버팀목인 한국 자영업은 코로나 위기에서 도태시킬 경제민폐가 아니라 고용과 혁신을 이끄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구재이 한국납세자권리연구소장 세무사
'경제와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확실한 코로나 시대 이전의 계획은 잊어라 (0) | 2021.01.07 |
---|---|
새해, 민생 거국체제를 기대한다 (0) | 2020.12.31 |
팬데믹과 사회계약의 복원 (0) | 2020.12.17 |
사업 혁신, 매몰비용도 따져라 (0) | 2020.12.10 |
가덕도신공항, 논란 속 해법은 (0) | 2020.12.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