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5500만명을 넘어서며 증가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효능이 높은 백신의 임상시험 성공 소식도 들린다. 이렇듯 전염병의 향방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세계경제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0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세계경제는 -4.4%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내년에는 5.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저효과라든지 전염병 확산세 둔화와 경제활동 재개 등을 전제한 전망치이다. 그럼에도 각국이 코로나19 이전의 경제활동 수준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데 많은 전문가들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한편 세계경제전망과 함께 발표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거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전례 없는 규모와 속도로 집행한 통화재정정책과 각종 지원책들은 “시간을 버는 데” 도움이 되었다. 즉 투자심리 안정과 신용흐름 유지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들을 가져올 수 있다는 데 유의해야 한다. 세 가지만 살펴보자.
우선 위험자산의 시장가격 상승과 부진한 경제활동 간 탈동조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주식시장의 회복은 기업수익의 증가가 아니라 기준금리 인하와 풍부한 유동성에 기댄 리스크 프리미엄 하락 등 정책지원 덕분이다. 신용시장 역시 기업 펀더멘털보다는 정책지원으로 인해 낮은 신용스프레드가 유지되고 있다.
두 번째로 기업 부문, 특히 자본시장에 대한 접근 가능성이 적은 중소기업들의 부실 확대 가능성에 대한 우려다. 지금까지는 정책지원 덕분에 차입이나 지원을 통해 유동성 압박이 완화되었지만, 투자를 통한 수익 회복이 뒷받침되지 못한 차입 증대는 중기적으로 상환능력의 저하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의 비중이 35%를 넘어선다.
세 번째는 비은행 금융 부문, 예컨대 투자펀드의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유동성 미스매치, 즉 투자자의 상환 요구나 시장 손실로 인한 급매나 유동성 경색은 중앙은행의 개입으로 막을 수 있었지만, 문제 자체를 해소한 것은 아니다. 또한 각종 위험자산 간 상관관계가 0.8이라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아진 것도 우려사항이다. 위험관리를 위한 포트폴리오 분산 기회도 줄어들고 유사시 전염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극단적으로 낮은 수익률과 억제된 시장변동성하에서 중앙은행의 지원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면 투자자들은 수익률 증대를 위해 금융레버리지를 확대하고자 하는 유인이 커지게 된다.
이 같은 요인들은 금융시장의 취약성을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물론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예상치 못한 전 세계적, 국가적 비상상황에서 가용 자원과 정책수단을 적극적으로 동원해 위기로의 전이를 막아내는 것은 정책당국의 당연한 책무이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와 미래 사이의 트레이드오프(trade-off) 관계 및 의도치 않은 결과의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오늘의 가용 자원을 사용함으로써 얻는 이점과 이로 인해 내일 추가적인 지원여력이 감소하거나 경제시스템의 취약성이 심화될 위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 경제활동이 본격 재개되더라도 완화적 통화정책과 유동성 지원은 경기회복 지속을 위해 필수적이다. 다만 유동성 지원 대상과 목적을 좀 더 명확하게 타기팅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일관성 있는 채무조정 원칙을 적용해 유동성 지원 대상 기업의 자격요건을 강화하여 과잉부채를 줄이고 생존 가능한 기업을 선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아직도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지만 향후 가능한 상황들에 대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시나리오별, 단계별 정책 로드맵을 구축해 유연하게 대응할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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