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강간’이라는 끔찍한 용어는 바로 미국의 대학 졸업생들이 신용카드 빚을 많이 졌다는 이유로 취업을 거부당한 경험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미국 내에서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카드의 잔인한 마케팅이 우리나라보다 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 1999년 미국 소비자연맹에서는 카드 빚에 시달리다 자살을 택한 대학생 2명의 가족들이 겪은 고통을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그러나 카드사의 대학생 카드 마케팅은 지속되었고 10여년이 흐른 지난해 비로소 미국 금융당국은 대학생들의 신용카드 발급을 법으로 제한했다. 21세 이하 젊은이들이 카드 발급 시 부모의 동의를 받거나 신용카드 대금을 지불할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소득 증명의무 법안을 국가 차원에서 승인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3년 신용카드 사태에 대한 반성으로 2004년부터 대학생과 소득이 불안정한 20대들을 대상으로 한 신용카드 발급이 까다로워졌다. 이 부분만큼은 우리가 미국보다 앞섰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20대는 신용카드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2008년 취업포털 커리어가 대졸 신입직 구직자 8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66.5%가 학자금 대출로 인한 채무가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학자금 대출로 인해 취업 준비 시간이 부족하다고 답하거나 묻지마식 취업 활동을 하고 있다고 답한 구직자가 54.7%에 이른다.
상담 중 만난 어느 대학 졸업생은 졸업 후 비정규직에 종사하면서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학자금 대출 상환으로 빠듯한 생활비를 충당했다고 한다.
이후 그 청년은 카드 돌리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불법 사채를 이용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화근이 되어 불법 채권 추심의 잔인한 경험까지 하게 되었다. 전화벨만 울려도 심장이 뛰고 무슨 짓이든 해서 빚을 갚을 수만 있다면 하는 생각만이 온통 머릿속을 채웠다고 한다.
그 끔찍한 경험은 20대 청년을 제약회사의 약물 테스트 실험대상 아르바이트까지 하게 만들었다. 대학생들 사이에서 일명 ‘마루타 알바’로 알려진 ‘생동성시험 아르바이트’는 그 위험성 때문에 고액의 아르바이트에 속한다.
아르바이트비는 의료계에 따르면 평이한 약물의 경우 30만~40만원, 부작용 등 위험이 우려되는 경우 90만~10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말 그대로 마루타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약을 먹고 피를 뽑으며 돈을 버는 극단적인 돈벌이다.
현재 20대는 천문학적인 대학등록금에 시달리다가 청년실업으로 취업도 제대로 못하고 아르바이트로 빚부터 갚아야 하는 위험한 현실을 살고 있다. 심지어 카드 돌리기에 이어 불법 사금융에 노출되면서 극단적인 돈벌이에 내몰린다는 것은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다.
대학생들에게 카드 발급이 제한되었다고는 하지만 최근 카드사들의 회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발급 현장에서는 소득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편법으로 카드 발급이 이뤄지고 있다. 게다가 광고를 통해 소비와 신용카드의 달콤함을 과장되게 마케팅하는 현실이지 않은가.
언론을 통해서도 신용카드의 유용성만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다. 유용성 이면에 숨겨진 신용카드의 무서운 얼굴을 모른 채 덜컥 발급받아 마루타 알바로 이어지는 20대의 현실은 신용카드 강간이라 불러도 될 만큼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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