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색안경'을 벗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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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제윤경의 안티재테크

임대주택, '색안경'을 벗어라

by eKHonomy 2010. 10. 3.
제윤경 | 에듀머니 이사


내집 마련의 욕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라면 가질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도 상당수 사람의 최우선 재무 목표가 내집 마련이었다고 한다. 대부분 미국인들의 소망도 잔디 깔린 앞마당과 수영장이 딸린 집을 소유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주택 소유에 대한 집착은 이보다 남다른 면이 있다. 그러나 그것의 원인을 사람들의 욕구가 유별나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없다. 그보다는 객관적인 몇가지 문제의 원인을 살펴볼 수 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소유 외의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 없는 전세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주택 소유자와 임차인의 개별 계약관계에서 거주 안정이 결정난다. 즉 주택 소유자의 의도에 따라 주거 안정이 보장될 수도 있고, 2년마다 이사를 다녀야 할 위험도 있다. 결국 임차인 입장에서는 주거 안정의 선택을 주도적으로 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선진국의 경우 개별 계약관계에서 해소되기 어려운 주거 안정 문제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안을 마련한다. 그것이 바로 공공임대 주택 제도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공공임대 주택 제도를 통해 저소득층의 주거 문제를 정부가 지원한다. 

그러나 물량이 전체 주택 재고의 4.3%에 불과해, 네덜란드의 34%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저소득층만 이용하는 것으로 인식되면서 문제가 생긴다. 공공임대 아파트에 사는 아이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거나 주변 일반아파트 사람들의 눈총을 받는 일도 적지 않다. 

반면 선진국의 경우 공공임대 주택단지 임대료가 입주가구의 부담능력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저소득층만 이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주거문제를 내집 마련과 공공임대, 민간임대라는 다양한 대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으로 해결한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내집 마련에 대한 욕구는 각자의 재정상황이나 재무계획, 다른 욕구실현과의 순위조정 등에 따라 합리적인 방식으로 정리된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취약한 공공임대 주택 정책과 그에 따라 활성화되지 않은 민간임대 주택 시장 등의 이유로 주거형태를 선택하는 데 제한적이다. 자연스럽게 주거안정 욕구는 내집 소유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좁은 선택의 범위에 갇히게 된다. 

주택 소유에 ‘올인’한 사회는 국민적 투기 바람에 휩싸일 위험이 크다. 공공주택 정책의 결핍으로 모두가 내집 소유에 대한 길에 내몰린다. 그리고 내집을 소유한 사람은 돈을 버는 내내 빚을 갚으며 살아야 하고 내집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은 깊은 좌절감에 빠진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현재 부동산 시장은 과도한 가격 상승으로 거품붕괴 초읽기에 들어섰다. 서울 사람의 30%가 2억원에 가까운 빚을 지고 있다고 한다. 그 빚은 대부분 주택 매입에 들어간 비용이다. 그리고 그들의 상당수가 2억원을 빌릴 만큼의 중상위 계층에 속한다. 집을 살 여력(현금 동원력과 부채 동원력)이 되는 사람들은 대부분 집을 샀다는 이야기다. 

가격이 더 오르려면 매매가 활성화되어야 하는데 지금의 주택가격이 유지되는 한 구매력을 갖춘 수요가 창출되기 어렵다. 게다가 정부도 꾸준히 국민임대주택을 늘리고 있고 보금자리 주택에도 80만가구의 임대주택이 포함돼 있어 공공임대 주택의 공급이 확대될 전망이다. 지금이야말로 내집 소유에 대한 욕구가 과한 것 아닌지 성찰해볼 때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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