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윤경 에듀머니 이사
2011년 국내총생산(GDP)이 1237조원가량(잠정)이고 가계부채는 국제기준(개인 부문 금융부채)으로 보면 1103조원에 달한다. 가계부채가 GDP 대비 90%를 넘는다.
세계경제포럼(WEF·World Economic Forum)은 가계의 과다부채를 판정하는 임계치를 GDP 대비 85%로 제시하고 있다. 즉 가계부채가 GDP 대비 85%가 넘어가면 통제가 어려워지고 금융위기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이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및 글로벌 위기가 발생한 2007~2008년 미국의 가계부채는 GDP 대비 96~98%였다. 우리나라의 가계 빚 규모가 WEF가 제시하는 임계치를 넘어섰다는 것은 누구도 바라지 않는 가계 빚 대란의 위험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지난달 24일 경제전망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문제가 어느 정도 심각한지 실감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부채 비율이 2011년 3분기 가처분소득 대비 154.9%로 미국발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145.8%보다 9.1%포인트 높아졌음을 지적하고 있다. 재정위기에 처한 유럽 5개국, 일명 PIIGS(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중 아일랜드를 제외한 나머지 4개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리스와 스페인의 국가부도 사태가 임박해 있다는 소식이 연일 언론을 장식하고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순식간에 마음이 무거워질 만하다.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주택담보대출 상담 창구가 한산한 모습이다. ㅣ출처:경향DB
이 와중에도 일부 전문가들은 가계부채가 심각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한다. 전체 가계부채의 30% 이상이 소득 상위 20%에 해당되는 5분위 계층에 몰려 있다. 그들에게는 일정 이상의 금융자산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조절 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친다. 실제로 가계자산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절반가량 된다. 한마디로 자산의 절반을 빚 갚는 데 쓰면 빚을 모조리 갚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어느 금융 전문가는 이런 이유로 생각보다 가계부채가 심각하지 않다는 섣부른 주장을 한다.
그러나 5분위 계층 안에서도 1%에 해당되는 최상위 계층이 상당 부분의 자산을 독식하고 있다. 전 세계 상위 1000명의 재산을 합치면 하위 25억명의 재산을 합한 수치의 두 배가 된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2%는 전 세계 가계 자산의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상위 1% 계층은 하위 50% 계층보다 2000배나 부유하다.
최근 조세연구원 박명호 위원은 부분적으로 공개된 소득세 자료를 통해 초고소득층의 특성에 관한 국제 비교를 발표했다. 2006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소득 최상위 1%가 버는 소득이 전체의 16.6%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OECD 17개국의 최상위 1% 소득 비중은 평균 10% 내외이며 한국보다 최상위 계층 소득 집중이 심한 나라는 미국(17.7%)밖에 없다고 한다. 소득의 집중이 이러하다는 것은 자산 집중 또한 전 세계 상위 2%의 부자들이 전 세계 가계 자산의 절반 이상을 소유한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가계 자산이 가계 부채보다 2배 많다는 통계 수치에 근거해 빚을 충분히 갚을 수 있다는 주장은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1% 최상위 계층이 쥐고 있는 자산을 풀어 타인의 빚을 갚아줄 리는 없지 않은가.
올 들어 가계 대출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직장인들의 대부업 이용도 증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2011년 대부업체의 신규대출 현황 분석 결과 회사원들의 이용 비중이 63.3%로 전년보다 7% 늘었다고 한다. 금융권에 3개월 이상 연체해 채무불이행자로 전락한 월소득 300만원 초과자 중 워크아웃을 신청한 숫자도 지난해 94명에서 올해 1분기 127명으로 35%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을 못 이겨 담보물(주택)이 법원 경매로 넘어간 사례도 올 들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가계 빚 대란이 일어나면 안된다는 것이 모두의 바람이지만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안전판 마련이 절실한 때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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