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활동으로 이익을 낸 국내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대신 배당은 늘리고 있다. 기업 이익은 투자·배당·유보 등에 고루 쓰이는 게 일반적이다. 한쪽에 치우친다면 장기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새로운 설비를 구입하고, 연구·개발비를 늘리는 등의 투자에 소홀하면 기업 규모를 확대할 수 없다. 주주에 대한 배당을 외면한다면 주주들은 다른 투자처를 찾아 떠날 것이다. 또한 적정 유보금을 보유해야만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할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어제 발표한 경제동향을 보면 1월 설비투자지수 증가율은 전년 같은 달 대비 마이너스 5.5%로 전달보다 감소폭이 더 커졌다. 설비투자지수의 선행지표인 국내 기계 수주와 기계류 수입도 모두 감소세를 보여 설비투자 수요는 당분간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투자 부진은 공장 가동 중단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2.6%까지 떨어졌다. 가동률은 80% 넘어야 경제가 정상적으로 성장한다고 하는데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행 중이던 2009년 4월 이후 가장 낮았다. 반면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상장기업 현금배당 현황은 전년보다 기업수가 8.2% 늘고, 배당금 총액은 28.8% 증가해 배당을 늘리는 추세가 확인됐다. 한 기업정보 분석업체 분석에서는 지난해 상장기업의 실질적인 현금 보유 수준을 나타내는 잉여 현금흐름이 22조원 늘었고, 투자 현금흐름은 5조6000억원 줄었다. 경기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들이 투자를 축소해 잉여 현금흐름이 증가한 것이다.
30대 그룹 투자실적및 계획_경향DB
투자가 부진하면 그 기업이 향후 성장할 수 있는 성장 잠재력이 훼손된다. 그뿐만 아니라 가동률 하락→매출·고용 감소→소비 위축→경기 침체 등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악순환을 초래한다. 이런 상황에서 4대 구조개혁만 제대로 추진하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정부의 외침은 공허하게 들린다. 악순환 고리를 끊으려면 침체한 소비를 활성화하는 처방이 필요하다. 구조개혁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투자 확대를 유도할 수는 있다. 그러나 생산이 늘어나도 소비하지 않으면, 재고만 쌓이고 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소비하기 좋은 여건을 조성하는 게 우선이다. 기업은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면 투자를 늘려 파이를 키우기 마련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국민의 소득수준을 향상시키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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