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과거 아닌 남들과 비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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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

경제, 과거 아닌 남들과 비교해야

by eKHonomy 2019. 9. 25.

행복하려면 남과 비교하지 말라고 한다. 아무래도 남과 비교하면 불행하다고 느끼기 십상이다. 연구에 의하면, 한국인은 뇌과학적으로 다른 나라 사람보다 남들과 비교하는 데 더 예민하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한국인들은 누리는 경제와 문화 수준에 비해 대체로 자기 삶에 대한 만족감이 낮고 행복지수가 낮다. 그런데 웬일인지 우리나라의 경제성적표라 할 거시경제지표는 ‘남’과 잘 비교하지 않는다.  


경제가 갈수록 어렵다. 특히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지속된 최저임금 부담과 미·중 무역갈등 등 대내외 여건에 존폐 위기에 놓여 있다. 경제성장률과 고용률 등 경제상황을 설명해주는 각종 지표들도 내리막이다. 일각에선 디플레이션 공포와 경제위기론까지 들먹인다. 과연 한국 경제는 소망 없이 늙어만 가는 걸까?


한국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짧은 기간에 경제부흥에 성공한 나라이다. 반세기 전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에 머물던 세계 최빈국이 3만달러가 넘는 부국이 되었고 반도체와 인터넷 통신 등 IT 첨단산업에서 세계를 이끌고 있다. 게다가 국민의 강한 민주주의 의식과 열망 덕분에 아시아 주요국 중 거의 유일하게 경제발전에 민주주의까지 조화시켰다.  


100여년 전 김구 선생이 한없이 갖고 싶어 했던 ‘높은 문화의 힘’도 이뤘다. 한국말로 노래하는데도 세계인의 정신세계를 이끄는 젊은이들이 나타났고 세계적인 영화와 음악 콩쿠르 무대에서 수많은 입상자가 끊임없이 배출된다. 세계인들은 갈수록 경제뿐 아니라 정치·사회·문화 등 모든 부문에서 한국과 한국인의 역동성과 창의력에 경이로운 시선을 보낸다.  


그런데 지금 한국민은 팍팍해진 삶과 암울한 미래가 걱정이다. 이 불황증후군은 대부분은 힘겨운 체감경기 탓이지만, 언론과 재계에서 지속적으로 쏟아내는 빨간색 경제진단과 전망도 일조하고 있다. 여기에는 권위 있는 국제기구가 발표하는 각종 경제지표도 빠짐없이 동원된다. 


며칠 전 언론들은 ‘OECD,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 2.4→2.1%로 또 하향조정’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세계 경제전망을 내놓으면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작년 11월 2.8%, 지난 5월 2.4%에 이어 다시 2.1%로 하향전망했다는 것이다.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미·중 무역갈등과 경기침체로 인한 하방 위험으로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세계 경제성장을 전망하면서 G20 주요국들에 평균적으로 올해 0.3%포인트, 내년 0.4%포인트씩 낮춘 것인데, 다른 나라는 거의 언급 없이 한국만 거론하니 마치 한국 경제만 나빠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은 오히려 반대다. OECD는 내년 경제성장률의 경우 G20 국가 중 인도 등 신흥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는 올해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면서도 거의 유일하게 한국에 대해서는 대규모 확장적 재정정책 덕분에 올해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사례는 국제기구와 정부에서 발표하는 경제성장률·수출증가율·고용률·실업률 등 각종 경제지표가 국민에게 전달되는 경로와 형식을 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대부분 현재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경쟁 상대인 선진국 등 ‘남’과 비교하는 것을 고도성장기나 개발도상에 있던 ‘과거’와 비교하면서 최악의 성적표로 돌변한다. 한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7%를 기록했고 올해는 2.3%(OECD)를 전망하고 있는데, 과거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지금 G20 국가 중에서는 신흥국을 제외하고 가장 높다. 특히 경제전쟁 중인 ‘아베노믹스’ 일본의 성장률이 지난해 0.8%, 올해 전망이 1%이고, 세계적인 경제모범국 독일은 지난해 1.5%, 올해 전망이 0.5%이니 우리나라와 ‘더블스코어’ 차이인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우리가 아는 정보와 우려와 달리 한국의 경제성적표는 ‘남’과 비교할 때 더 두각을 보인다. 현실을 직시하거나 미래를 대비하는 데 소홀해선 안되지만 애써 부정적 인식에 빠지면 한국 경제에 대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피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제침체 속 사력을 다해 한국 경제를 살리는 데 참여한 정부, 기업, 가계 등 각 경제주체가 이룬 결과물인 경제지표가 왜곡되어 자국 경제에 대한 자부심과 혁신성장 등 경제할 의욕조차 잃게 할까 우려스럽다.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각종 거시경제지표는 정책 수립 목적이 아닌 한 과거의 나와 비교하는 것보다 현재의 경쟁자들과 비교해줘야 제격이며 공정하다. 성적표가 좋든 나쁘든 학생의 자만이나 좌절용이 아닌 동기부여용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구재이 | 납세자권리연구소장·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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