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뭐하시노’와 성적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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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

‘아버지 뭐하시노’와 성적의 상관관계

by eKHonomy 2019. 9. 11.

최근 우리 사회는 부모의 사회적 배경이 자녀 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됐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일찍부터 부모의 사회·경제적 요인이 자녀의 학업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각적인 연구를 수행해 왔다.


OECD가 말하는 사회·경제적 요인은 부모의 직업 수준, 교육 수준, 보유자산의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내용이다. OECD PISA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 학생의 사회·경제적 환경이 불우할 경우 학교 성적도 낮아지는 현상이 목격되었다. OECD 국가 전반적으로 저소득층 학생이 고소득층 학생에 비해 최저학력을 보일 확률은 2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고소득층 학생은 저소득층 학생에 비해 학교 공부를 2년 정도 더 한 것과 동일한 성취도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수준에 자녀의 학업성취도가 어느 정도 비례한다는 사실은 비단 OECD 연구결과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다수의 연구에서 비슷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국가별 교육제도에 따라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자녀의 학업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이 상이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의 일부 지역(홍콩, 마카오)의 경우에는 OECD 회원국에 비해 부모의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인한 영향이 덜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에 반해 중국(상하이), 싱가포르, 대만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상대적으로 더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OECD는 성적에 따라 학생을 선별하는 학교와 성적에 따라 분반 제도를 운영하는 학교가 가져다주는 효과 또한 확인했다. 조사결과 성적에 따라 학생을 구분하는 제도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학업성취도가 더욱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취약계층 학생들의 학습 의욕을 더욱 크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거주지에 따라 학생들을 임의 배정하여 학교가 선택될 경우,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학업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중국(상하이), 일본, 싱가포르의 학교 간 성취도 차이는 우리나라의 학교 간 성취도 차이보다 큰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들 국가에서 동일 학교에 재학하는 학생들 간 성취도 차이는 OECD 평균보다 균등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할 때, 이들 국가는 학생이 어느 학교에 재학하느냐에 따라 학업성취도가 결정된다고 할 것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 일본, 싱가포르보다는 작지만 OECD 평균보다 학교 간 학업성취도 격차가 큰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러한 집계 결과는 우리나라 역시 학생이 어느 학교에 진학하느냐에 따라 학업성취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동일 학교를 다닌다고 해서 반드시 비슷한 학업성취도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동일 학교 내 학생들 간의 성취도 차이가 OECD 국가 평균보다 커 동일 학교에 재학하는 학생들 간에도 성취도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중국, 일본, 싱가포르와는 달리 같은 학교를 다니더라도 학업성취도 측면에서는 상이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부분 중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금융이해력 측면이다. OECD는 18개국의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 금융이해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무엇인지 조사했다. 조사결과 학생들의 금융이해력 수준은 그들의 사회·경제적 환경과 크게 관련되어 있음이 확인되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부모의 소득수준이나 교육수준이 낮을 경우, 해당 학생의 금융이해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학생의 금융이해력을 높이는 요인은 해당 학생의 은행 계좌 보유와 같이 직접적으로 금융거래를 수행한 경험으로 확인되었다.


오늘날 OECD 다수 국가들이 국가 차원에서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교육불평등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는 노동시장에서의 임금 격차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OECD에 따르면 고교 교육을 이수하지 못한 성인의 2014년 취업률은 60% 이하이지만, 고등교육을 이수한 성인의 취업률은 80% 이상이었다. 또한 대졸의 경우 고졸보다 상위 25% 이내 임금을 받을 확률이 23%포인트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결과들은 교육불평등이 경제적 불평등을 야기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임을 확인시켜 준다. 우리가 교육개혁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야 할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박정호 | 명지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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