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의 눈]최저임금 인상, 누구의 고통인가
본문 바로가기
온라인 경제칼럼

[경향의 눈]최저임금 인상, 누구의 고통인가

by eKHonomy 2019. 6. 20.

노동자에게 경제적 이익을 안겨주었는가, 아니면 일자리 감소라는 역효과만 불렀는가. 최저임금 인상 논란이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미국 워싱턴대학 연구팀이 시애틀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향을 추적한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자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었다고 했다. 일자리나 임금 감소에 의한 피해보다 임금이 늘어 노동자들이 입은 혜택이 컸다는 것이다. 그런데 동일한 연구진이 정반대의 사례연구 발표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문제가 됐다. 그보다 한 해 전에 ‘시애틀의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자들에게 많은 대가를 치르게 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고용주들이 노동시간을 줄였고 노동자들의 월평균 임금이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임금 감소는 6.6%다. 이는 즉각 정치적인 논란을 일으켰다. “진보적인 정책이 빈자들을 돕겠다고 추진되지만, 결국에는 그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연구진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비록 구직자들의 취업기회가 감소하고 단기 취업자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장기 노동자들의 임금은 올랐다고 했다. 반론이 즉각 나왔다. 당시의 경제상황을 원인으로 들었다. 단지 시애틀의 경기가 좋아서 고용주들이 인상된 임금으로 고용을 유지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결과로 일반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는 당시 경제여건, 최저임금의 인상 폭과 속도, 대상과 지역 등 여건에 따라 다르다. 복잡다단한 환경 변수를 모두 반영할 수 없는 한 언제나 뒤집힐 수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2년간 최저임금은 30% 가까이 인상됐다. 첫해에 16.4% 오른 데 이어 다음해에도 오름폭이 10%를 넘었다. 속도조절론이 나왔지만 노동계의 강력한 반대에 밀렸다. 단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의 시기가 조금 늦춰졌을 뿐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과속이라는 평가는 청와대에서도 나왔다. 장하성 전 정책실장은 “나도 놀랄 정도로 인상속도가 빨랐다”고 말했을 정도다. 


지난해 일자리는 참사 수준의 감소를 기록했다. 정부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 등을 이유로 댔다. 이는 ‘증가한 임금을 주느라 출혈 영업을 한다’고 하소연하는 영세자영업자들에게 설명이 되지 못한다. 최저임금 인상의 과속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원청업체보다는 하청업체, 대규모 자영업자보다는 영세자영업자들로 갈수록 타격이 컸다. 특히 하위 20%의 소득이 줄면서 상·하위 간 빈부격차는 확대됐다. 정부가 보호하겠다고 했던 계층이다. 영세자영업자들이 주축인 도소매·음식숙박업 고용은 침체상태다. 실업률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국제기구인 국제통화기금과 경제협력개발기구도 한국 정부에 최저임금 인상속도가 빠르다고 지적할 정도다. 


정부는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말을 되풀이해왔다. 지난해 초에는 연말이 되면, 연말이 되자 올해엔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올해도 나아질 가능성은 낮다. 2017년 성장률은 3.2%, 지난해에는 2.7%를 기록했다. 그런데 올 1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다. 올해 목표했던 2.6%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2.0%로까지 전망한다. 더구나 세계 경제도 불투명하다. 세계 경제가 냉각되면서 한국 경제의 한 축인 수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러면 소비가 줄 수밖에 없다. 이런 어려움에 가장 먼저, 큰 충격을 받는 사람들이 영세자영업자와 일용직 노동자를 비롯한 저소득층이다.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이 이달 중 결정된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소상공인연합회의 조사를 보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원을 줄인 소상공인은 60%에 달했다. 일자리 불안을 호소하는 노동자도 10명 가운데 6명에 이른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임금 노동자와 고임금 노동자의 임금격차가 줄었다면서 최저임금의 지속적인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정반대의 논리와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답은 현장에 있다. 전시행정은 쓰레기통에 버려라. 시장으로 가서 영세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라.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은 한 번 실패하면 끝이다. 재기와 부활은 신화일 뿐이다. 그건 외환위기를 통해 경험한 바다.


아무리 훌륭한 처방전도 오·남용은 환자를 위험에 빠뜨린다. 잘못된 처방도 문제지만, 과도한 사용 또한 재난이 아닐 수 없다. 최저임금 인상도 마찬가지다. 경제주체의 수용능력을 먼저 가늠해야 한다. 명분에 얽매일 일이 아니다.


<박종성 논설위원>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