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금융과 서민 희생의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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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김수행 칼럼

구제금융과 서민 희생의 악순환

by eKHonomy 2010. 6. 15.

김수행 | 성공회대 석좌교수

2007년 12월부터 시작된 금융위기 국면과 2008년 9월부터 시작된 금융공황 국면에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불균등하게 비대해진 금융기업들을 살리기 위해 세계 역사상 최대의 구제금융을 제공했다.
금융자본가들은 경제활동을 시장에 맡길 것을 요구하면서 모든 규제를 철폐하고 온갖 투기와 사기에 의해 엄청난 사적 이익을 올리다가 몰락하자마자 금방 태도를 바꾸어 국민의 혈세로 자기들을 살려내야 한다고 대들었다.
시장이 경제의 효율성을 올린다는 시장근본주의에 따른다면, 금융기업들이 자기의 채무를 스스로 갚아야 하고 못 갚을 때는 도산하는 것이 정당한 도리였다. 또 ‘경제의 금융화’라고 부를 정도로 팽창한 ‘비생산적’ 금융부문이 대폭 축소되는 것이 자본주의 경제의 정상적인 발전을 위해 불가피했다.

국민 혈세로 금융기업 구제

그런데 돈이 지배하는 선거에서 돈줄을 잡고 있는 금융자본가를 살리지 않으면 누가 선거자금을 대줄까 겁이 난 정치꾼들이 천문학적인 혈세로 금융기업들을 살렸다.
살아난 금융기업은 값싼 구제금융으로 기업과 서민 및 국가에 높은 금리로 대출하거나 석유·금에 투기하거나 값이 폭락한 주식·국채를 사고팔아 짧은 시간에 큰 이윤을 얻게 되었으며, 이 이윤을 또다시 금융귀족들끼리 나누어 가졌다.
금융기업은 투기적 활황에서는 모든 이익을 자기의 노동에 대한 보수로 그대로 삼키면서, 도산에 부닥쳐서는 모든 손실을 국민들에게 떠맡긴 것이다.



이제 모든 국가는 대규모 부채를 안게 되면서도 실질 국내총생산과 실업 문제에서는 거의 성과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경제는 장기침체에 빠지고 국민들의 생활수준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논리적으로 정부가 재정금융확장정책을 실시해 생산을 확대하고 고용을 늘려야만 한다. 그러나 국제적 금융자본은 이런 재정금융확장정책은 국가의 재정적자와 부채를 더욱 증가시켜 국가를 도산에 빠뜨림으로써 자기들이 가진 채권의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없게 한다고 생각해 재정금융긴축을 요구하고 있다.

국가가 서민에 대한 세금을 올리고, 공기업을 매각하며, 공무원 수를 줄이고, 임금과 실업급여를 삭감하며, 연금 받는 나이를 올리고, 연금액은 줄이며, 교육·의료·저소득층 보조 등에 대한 국가지출을 줄이라고 강요한다.

국민은 혈세로 금융기업을 구제했는데, 이제 그 혈세까지 국민이 생활수준을 더욱 낮추면서 메우라고 금융자본은 윽박지르고 있다. 참으로 불평등하고 기가 막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리스와 여러 나라의 국민들이 긴축·내핍정책을 반대하면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금융기업과 금융자본가의 재산을 팔아 메우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유럽 재정위기의 핵심은 이런 계급투쟁에 있으며, 이 투쟁은 금융기업을 국민들이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공익사업으로 전환시켜야 수그러들 것이다.

4대강 사업 등 미련 포기해야

이명박 정부는 이처럼 심각한 자본주의체제의 변혁전망을 보지 못하고 “남유럽과는 국제거래 규모가 너무 작아서 한국 경제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서민을 위한 고용정책이나 복지정책을 전혀 실시하지 않으면서 집권 이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거대한 규모로 증가시켰으므로, 집권 후반기부터는 여당 국회의원들의 차기 당선을 위한 불만 토로, 실업자들의 ‘일자리를 달라’는 요구, 유권자들의 반정부 투쟁 등으로 ‘식물정부’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세계의 민주개혁세력은 4·19혁명, 5·18과 6·10 민주화투쟁, 6·15 남북공동선언, 이번 6·2 지방선거 등에서 폭발한 한국 사회의 위대한 역동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세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구제금융→국가채무 급증→서민의 희생이라는 악순환에 희희낙락하지 말고,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수정안과 남북대결에 대한 어리석은 미련을 깨끗이 포기하고 새로운 진로를 개척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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