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국지엠 사태’ 근본적 해결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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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기고]‘한국지엠 사태’ 근본적 해결을 위하여

by eKHonomy 2018. 3. 5.

중국 진출을 위한 도요타의 한국 철수와 주한미군 감축이라는 정치적 상황에서 1972년 진출한 미국 자동차업체 GM은 20년 주기로 우리에게 큰 소용돌이를 일으켜 왔다. 1980년 현대차가 정부 요구대로 GM과 승용차사업을 합작으로 통합했다면 세계 6위 한국차 발전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IMF 직후 외화유치에 다급해 2000년 대우차를 4억달러라는 헐값과 산업은행 부채 12억달러의 투자전환 등 특혜를 주면서 GM에 넘긴 것이 오늘의 불행을 잉태했다. 이때 프랑스의 르노와 푸조처럼 현대·기아와 삼성·대우의 이원경쟁 체제로 개편되었다면 지금의 불행을 방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자동차산업은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로 변모하는 혁명적인 변곡점에 있다. 구글, 애플, 테슬라 등이 시장에 참여하면서 전통적 자동차기업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GM은 2009년 부도와 경쟁력 저하로 영국, 독일, 호주, 러시아, 남아프리카,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철수했다. GM이 고용을 볼모로 정부지원만 따먹고 ‘먹튀’한 호주, 스웨덴 사례에서 한국도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달 28일 서울 세종로공원 앞 도로에서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조합원들이 비가 내리는 가운데 손팻말을 들고 군산공장 폐쇄와 구조조정 철회를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이준헌 기자

 

한국지엠은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의 경영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하여 신뢰를 상실하였다. GM은 지금까지 1조원 미만을 투자하고 매년 수천억원의 기술개발비(2014~2016년 3년간 기술개발비 누적액 1조8580억원은 누적손실액 1조9718억원에 육박), GM 본사의 대우차 매입으로 생긴 3조원의 차입금에 대한 5% 내외의 고리이자(2013~2016년 4년간 누적액 4620억원), 이해할 수 없는 수백억원의 업무지원비 등을 가져갔다. 이것이 한국지엠 적자의 구조적 원인이며 임금이나 생산성은 부차적이다. GM은 군산공장 폐쇄 및 대량 정리해고를 하면서 정부에 부평, 창원 공장 축소유지 조건으로 1조원 이상의 추가지원 및 특혜를 다시 요구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첫째, 정부는 불투명한 경영의 결과 3조원에 육박하는 누적적자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한국지엠의 자본금 감자를 통해 책임을 묻고, 향후 ‘먹튀’ 방지는 물론 경영을 통제할 수 있는 확실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여의치 않으면 파산까지를 고려한 단호한 의지가 필요하다. 불확실한 고용유지와 6월 지방선거를 염려한 지나친 정치적 고려로 미봉하는 것은 문제를 반복시키고 또 악화시킬 뿐이다. 둘째, 미래차 산업에 투자해온 대기업이나 국내 신생기업이 한국지엠 일부 공장 또는 전체를 인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구글, 애플, 테슬라 같은 외국 업체도 인수대상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호주 방식으로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다. 셋째, 한국차산업 노조는 연봉 4000만~5000만원 내외의 정규직 일자리 창출을 모색하고 있는 ‘광주형일자리모형’의 절박함을 상기하면서, 또 노동조합도 없는 2차·3차 부품업체 근로자들과 상생한다는 차원에서 파업과 임금인상을 자제해야 한다.

 

한국 전통제조업은 위기국면에 있다. 조선산업에서 이미 최악의 경험을 했고, 미래차 산업에서도 생존 문제에 직면해있다. 중국 지리자동차는 볼보차 인수 후 최근 벤츠의 최대주주로 부상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도 미래차 경쟁에 잘 대응하고 있는지 재점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2030, 2040년 한국차 미래가 지금 우리의 결정에 달려 있다.

 

<현영석 | 한남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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