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다음 대통령의 경제 과제 ‘포용적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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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기고]다음 대통령의 경제 과제 ‘포용적 성장’

by eKHonomy 2016. 12. 14.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가 남았지만 대다수 국민에게 박근혜씨는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이지만 근본 원인은 경제다. 가뜩이나 살기가 어려운데 황당한 국정농단 사태가 국민을 더욱 분노케 했던 것이다.

 

우리 경제는 올해 2.6%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과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10월 실업률은 3.8%로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특히 청년실업률은 10.1%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나마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한편, 우리 경제는 지난 2년 동안 거의 매달 마이너스 수출증가율을 기록했다. 외환위기 와중인 1998년, 닷컴 버블이 붕괴되던 2001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던 2008년에도 마이너스 수출증가율을 기록한 적이 있지만 1년 정도 지나 플러스로 전환했다. 결국 세계경제의 침체 때문이라기보다 우리 경제의 국제경쟁력이 약화되었다는 방증이다.

 

돌이켜보면 1997년 외환위기는 정부가 앞장서 끌고 가는 ‘박정희 성장모델’의 종말을 가져왔다. 대신 국제통화기금(IMF)이라는 외부의 힘에 의해 우리 경제는 무한경쟁과 전면 개방의 ‘신자유주의적 성장모델’을 도입했다. 그러나 성적표는 참담했다.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의 임기 내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각각 5.3%, 4.5%, 3.2%로 점차 감소하더니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2%대의 성장률이 고착화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내년엔 2% 성장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신자유주의적 성장모델은 승자와 강자만이 독식하는 구조를 고착화시켰고, 그 결과 소득과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IMF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5%를 차지해 아시아 국가 중 소득 분배 정도가 최악이다. 더욱 큰 문제는 패자와 약자가 부활할 수 있는 기회가 박탈돼 양극화가 고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고 저축하면 흙수저를 금수저로 바꿀 수 있다는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이미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성장 사다리는 끊어져 버린 상태이다. 이렇듯 신자유주의적 성장모델은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만을 낳았다. ‘대한민국호’의 경제 엔진은 꺼져가고 있고 밑창으로부터 물이 들어오고 있다.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호는 세월호처럼 침몰할지 모른다.

 

‘포스트 박근혜’를 노리는 대권 후보들은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하는 동시에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포용적 성장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포용적 성장의 핵심은 ‘기회의 형평성’을 높임으로써 성장과 분배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교육과 경제활동의 기회가 승자와 강자뿐만 아니라 패자와 약자에게도 공평하게 주어져야 한다. 이를 통해 흙수저로 태어났더라도 금수저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포용적 성장은 양극화 해소뿐만 아니라 인적자원의 활용도도 높여 경제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분노의 촛불을 켜고 있는 우리 국민은 ‘더불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도자를 차기 대통령으로 선택할 것이다. 대한민국호를 저성장과 양극화의 늪으로부터 구할 수 있는 새로운 선장을 국민의 이름으로 공개 모집한다.

 

이현훈 | 강원대 경제무역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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