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해운산업 전체를 망가뜨린 한진해운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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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사설]해운산업 전체를 망가뜨린 한진해운 구조조정

by eKHonomy 2016. 12. 15.

한진해운이 결국 청산으로 문을 닫게 됐다. 한진해운에 대한 실사작업을 벌인 삼일회계법인은 어제 ‘존속 불가’ 보고서를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에 제출했다. 한진해운의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커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수출입 물동량의 99.7%는 해상 운송을 통해 이뤄진다. 하릴없이 한국이 해운 6대 강국에서 추락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하는 마음이 무겁다. 

 

정부가 해운산업의 특성을 알고 구조조정에 나섰는지 궁금하다. 해운산업은 막대한 비용과 장기간의 투자가 요구된다. 선박을 건조하거나 매입하기 위해서는 수천억원이 든다. 물류 네트워크는 돈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시간과 신뢰구축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또 해운은 유사시에 전략물자를 수송해야 하는 전략자원이므로 산업 외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각국 정부가 해운사를 지원하는 것은 다각적인 필요성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해운업계의 ‘17조원 피해’ ‘수천명 실직’ ‘전략적 필요’라는 목소리를 “과장된 주장”이라며 걷어찼다. 금융논리만 있고 국가운영·산업정책적 고려는 안 해도 그만인가.

 

국내 1위 원양선사였던 한진해운이 장기 업황 부진의 여파를 이겨내지 못하고 8월 말 결국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해운업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는 글로벌 물류대란을 촉발한 데다 국내 해운업계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면서 정부의 해운업 구조조정에 대한 회의론으로 이어졌다. 9월 1일 부산항 신항 한진해운부두가 접안한 선박이 없어 썰렁한 모습이다 있다. 연합뉴스

 

조선업계와 달리 해운업계에 대해 차별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는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구조조정의 원칙으로 ‘국민혈세 투입 없는 자구안 마련’을 내세웠다. 이에 따라 해운업계는 변변한 지원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대우조선에는 4조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무슨 근거로 이처럼 이중적인 결정을 했는지 놀라울 뿐이다. 정부는 세계 7위 한진해운에서 손을 떼면서 현대상선을 세계적인 해운사로 키우겠다고 했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현대상선은 며칠 전 세계해운동맹 가입에 실패해 안정적인 물량확보에 타격을 입게 됐다. 현대상선은 ‘체급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대형화와 광범한 네트워크가 절실한 해운업계에서 저체급에 해운망까지 협소한 현대상선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다.

 

한진해운의 공중분해로 해운산업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한국은 세계 10대 무역국에 걸맞은 해운사를 잃었다. 해운 관련 지역 경제도 말이 아니다. 정부의 비전이 헛발질로 끝나면서 현대상선의 앞날도 위태롭다. 한진해운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희생양이라는 말도 들린다. 어설픈 구조조정으로 해운업계는 오히려 경쟁력을 상실했다. 정부가 무슨 생각을 갖고 구조조정의 칼질을 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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