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자연을 만들었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 영국 시인 윌리엄 쿠퍼(William Cooper)의 말이다. 신이 아닌 인간이 도시를 만들었기에 도시는 완전치 않고 수많은 문제점을 갖는다. 도시재생을 연구한다고 쇠퇴가 극심한 지방도시 수십 곳을 샅샅이 뒤지며 그대로 방치할 경우 지방도시는 곧 소멸할 것이란 염려를 지울 수 없었다.
베이비붐 시대의 도심은 과밀하여 일할 공간이 부족하였고 혼잡했다.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이때다 싶어 지자체는 너나 할 거 없이 “시청 등 주요 관공서를 도심에서 빼내 교외로 옮기는 쉬운 정책”을 선택하였다. 신청사 짓는 것이 대단한 업적인 양 유행한 적도 있었다. 이러한 정책 실패의 부메랑이 우리나라 지방도시들이 겪고 있는 문제의 본질이다.
베이비붐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인구, 특히 청년층이 감소하여 생산력과 구매력이 급격하게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데 활력을 잃은 지방도시는 원도심과 신도심으로 나뉘어 경쟁한다. 좀 더 심하게 표현하면 원도심 기둥을 허물어 신도심을 지탱하는 꼴이다. 그 결과 원도심은 빠른 쇠락의 길을 걷는 중이다.
지방 소재 거의 모든 도시가 이런 문제를 겪고 있지만 쇠퇴의 정도는 지방 중소도시가 훨씬 심하다.
세계적인 문화유적 도시라는 경북 경주 원도심이 그러하고 각종 산업시설이 위치하여 우리나라에서 가장 ‘핫’하다는 충남 당진 원도심이 그러하다. 다른 도시들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도시별 도시재생의 큰 그림이 필요하다. 큰 틀을 만들어 놓고 그 속을 하나하나씩 단계적으로 채워가야 한다. 정부 지원을 받아 시설물 몇 개 건설하거나 리모델링한다고 도시가 살아나진 않는다.
각 부처가 이런저런 목적으로 추진해오던 사업과의 연계성도 함께 검토해야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법제도를 개정하여 사업의 뼈대를 튼튼히 세우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오랫동안 방치되어 흉물로 변해버린 사업지 내의 건물들에 대한 처분 및 이용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실제로 쇠퇴한 지방도시에는 폐허가 되어 수십년째 방치되어 있지만 사유재산이라 정부도 어찌할 수 없는 건물들이 즐비하다.
끝으로 전문가 풀을 다양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 도시계획가, 교통, 환경 전문가도 필요하지만 건축가, 미술가, 음악가도 필요할 것이다. 다양한 분야가 참여해야 다양하며 창의적인 도시재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쇠퇴 중인 지방도시를 살리는 일은 아주 길고 힘든 과정이다. 정부의 성격에 관계없이 도시재생을 국가백년대계로 추진해야 하는 이유이다.
지방이 춤을 추어야 수도권의 과밀도 해결되고 대한민국이 춤을 춘다.
<성낙문 | 한국교통연구원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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