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발표되었다. 이제 정부 개정안에 대한 국민여론 수렴과 국회 논의 과정을 거쳐 입법화될 예정이다.
세법은 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신성한 납세의무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으로, 합리적이고 납세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금년 세법 개정도 그 방향성과 당위성에 대한 점검과 공감이 중요하다.
출처: 경향신문DB
소비세는 안정적 세입 확보가 주목적인 세금이다. 개인의 세부담 능력을 소비수준으로 측정하여 과세하는데, 소비수준은 소득에 비해 변동이 적은 세원이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과세하지 못하는 소비행위, 즉 여가시간 등에 대한 간접적인 과세와 개인소비가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교정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오락용품, 수렵용 총포류, 경마장, 골프장, 카지노, 유흥주점 등에 대한 과세는 여가를 대신하는 간접과세이며, 에너지제품 등에 대한 과세는 외부성 교정 목적의 소비세다. 그 외에 고가품에 대해서도 소비억제 목적으로 부과하고 있다. 따라서 소비세제 개편안에 대한 관점도 이러한 소비과세의 특성을 잘 반영할 수 있도록 준비되었는지에 두어져야 한다.
금번 소비세제 개편은 재원조달 강화보다는 합리성과 납세 편의성 제고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과세의 합리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발전용 유연탄에 대한 세율 인상,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개별소비세 감면, 로열젤리에 대한 개별소비세 폐지 등을 제안하고 있다.
발전용 유연탄의 경우, 석탄 연소에 따른 환경적 외부성을 감안하여 기본세율을 인상함으로써 과도한 소비를 예방할 수 있다.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에 대한 감면 역시 환경오염 감소효과를 가격에 반영하기 위한 조치로 이해할 수 있다.
로열젤리에 대한 개별소비세 폐지는 소득증가에 따라 동 제품을 소비억제가 필요한 사치품으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러한 합리화 노력은 소비과세의 효율성 향상이라는 장기적 세제 발전방향에 부합하는 조치라 평가할 수 있다.
또 다른 특징은 납세 편의성 제고를 통한 납세자와 산업 지원 강화이다. 납세 관련 절차를 간소화하고 편의성을 높임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거나 산업기반 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먼저 수출기업의 자금부담을 고려하여 수입 부가가치세 납부유예 제도 대상을 중견기업으로 확대하였다. 수출품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면제하는 상황에서, 수출용 상품을 제조하기 위한 수입물품 부가가치세를 먼저 납부하고 나중에 환급받는 과정의 자금부담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한 외국인 관광객 시내환급 기준금액을 인상함으로써 외국인의 편리한 쇼핑을 가능케 하였고, 외국인 관광객 미용성형 용역에 대한 부가가치세 사후환급 기간도 연장하여 미용성형산업의 수요기반 확대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 외에도 세금계산서 지연발급·미발급에 대한 가산세 적용기한을 늦추어 줌으로써 납세 편의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반면 세입기반 확충 등의 측면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구체적으로 부가가치세 감면 축소를 위해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감면제도는 대부분 일몰이 연장되어 영구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농어민 등 지원 목적의 부가가치세 감면제도는 각종 복지제도의 확충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농어민에 대한 지원 효과성을 검증하기 어려운 각종 기자재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 또는 영세율 적용 대상 역시 확대되었다. 한편 신용카드 매출세액에 대한 우대공제율도 특수한 상황에서 적용되어야 하나 지속되어 기득권화되는 점은 아쉬움이 크다.
어려운 경제여건하에서 취약계층의 민생안정을 위한 것으로 보이나, 일관된 감면 정비 노력도 필요하다. 세제 개편은 이해관계의 충돌이라는 점에서 매우 어렵고 조심스러운 접근이 요구된다.
이런 관점에서 소비세제 개편안은 현상유지 기조 속에서 합리성과 편의성 개선에 주력한 무난한 방안이라 할 수 있다. 다만 기득권화되어가는 비과세·감면제도 조정에 한계를 보이고 있어, 향후 동 제도의 정상적 운용을 위한 실증적 논의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병목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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