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과 관세청의 현안보고가 이뤄진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의 최대 화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문제였다.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과 역외탈세 의혹이 뉴스타파에 의해 제기되면서, 전 전 대통령이 숨겨놓은 재산을 찾아내 1600억원이 넘는 미납 추징금을 받아낼 수 있는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터다. 당연히 전재국씨의 역외탈세에 대해 국세청이 조사를 하고 있는지,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세무조사를 하고 있는지에 질문이 쏟아졌다.
그런데 이에 대한 김덕중 국세청장의 답변은 한결같이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 얘기하지 못한다”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집행하고 있다”는 수준에 머물렀다.
의원들의 거듭된 추궁에도 김 청장은 “탈세 혐의가 있는 경우에 당연히 세무조사를 하고 있다. 공개된 자료에 대해서는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검증을 진행하겠다”는 일반론으로 답을 대신했다.
김덕중 (경향DB)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에 대한 추징시효가 오는 10월 끝나고, 이 때문에 전 전 대통령의 재산을 빨리 찾아내자는 국민 여론에 비춰보면 그야말로 맥이 풀리는 답변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전직 대통령 추징금 문제는 10년 이상 쌓여온 일인데 과거 정부는 무엇을 했느냐”고 문제의식을 드러낸 사안이다. 그동안 전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해 손을 놓고 있던 국세청이 이번만큼은 기민하고 치밀하게 움직여주기를 바라는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럼에도 김 청장이 “국세청이 조사를 하고 있는지, 하고 있지 않은지를 밝히지 않는 것이 세정 운영의 원칙”이라는 내부 논리만 강조하는 것은 국민 정서와 국민의 알권리를 극구 외면하려는 것처럼 비친다. 야당 의원의 지적대로, 국세청이 전 전 대통령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면 그 사실을 밝힌다고 해서 왜 공표했느냐고 비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국세청장의 원론적 답변을 들으면서 이런 국회 현안보고를 왜 할까 하는 회의감이 든다.
이주영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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