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창조경제 띄우려다 ‘벤처 거품’ 재현돼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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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사설]창조경제 띄우려다 ‘벤처 거품’ 재현돼선 안돼

by eKHonomy 2013. 5. 16.

정부가 어제 경제장관회의에서 내놓은 ‘벤처·창업 자금 생태계 선순환 방안’은 박근혜 대통령 선거공약인 ‘창조경제’를 위한 기반 조성, 일종의 멍석깔기라고 할 수 있다. 방안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은 벤처 생태계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벤처기업 창업초기 자금조달 방식을 융자에서 투자로 바꾸기로 한 점이다. 그동안 업계가 제기했던 문제인 만큼 기본적인 방향은 잘 잡았다고 할 수 있다.


벤처기업을 키우는 것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고, 청년 창업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국가경제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가 않다. 실제로 벤처 창업은 성공만 하면 수익률은 높지만, 성공 확률이 기본적으로 매우 낮다. 따라서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개발하려 한다고 해도 초기 자금 조달이 큰 문제다.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기업들은 대부분 투자 형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99%가 융자로 돈을 대는 형편이다.


벤처기업 직원들과 대화하는 박 대통령 (경향DB)


그래서 이번에 정부가 들고 나온 것이 벤처 투자에 세제 혜택을 듬뿍 주고, 5000억원 규모의 미래창조펀드를 만들어 성장성이 높은 벤처기업에 집중투자하겠다는 것이다. 대형 펀드를 만든 것은 눈에 띄는 방안이지만, 금융 부문의 본격적인 지원 없이 단순히 세제 혜택만으로 벤처기업들의 투자를 얼마나 활성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벤처기업이 투자금을 중간에 회수하려면 기술혁신형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 활성화가 관건이라고 보고, 이를 위한 각종 규제를 없애고 세제 지원도 해준다는 방침이다. 


과거 벤처 정책이 창업 초기 투자에 방점을 둔 반면 이번에는 창업→성장→회수→재투자 등 단계별 자금 조달에 초점을 맞춘 것이 다르다. 하지만 우려를 떨칠 수 없는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벤처기업이 정치권 비자금 통로로 악용되는 등 허망하게 끝난 ‘벤처 거품’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벤처기업이 코스닥 시장에 좀 더 쉽게 진출할 수 있도록 상장요건을 완화하고, 벤처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 시장’(가칭)도 7월 중 개설하기로 했다. 이런 과정에서 시장이 과열되고, 단기 투자 이후 차익 실현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먹튀 논란’을 다시 불러올 수 있다. 악덕 기업주는 사라지고, 선의의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고 우리 경제만 골병이 드는 잘못을 다시 저질러서는 안된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보완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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