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곤 산업부 기자
지식경제부가 일반 가정의 전기 소비량을 줄이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4일 나온 지경부의 ‘효율관리기자재 운용규정’ 개정안에는 냉장고, 에어컨처럼 전기 소모가 많은 가전제품 7개 종류의 소비효율 1등급 기준을 높이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에너지 소비효율 기준을 높여 적은 양의 전기라도 아껴보겠다는 것이다.
지경부는 다음달 개정안이 최종 확정되면 고효율 제품 소비가 촉진돼 연간 261GWh의 전력과 404억원의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경부는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 지난 9월 한 달간 가로등에 사용된 전력량(246GWh)을 웃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전력당국은 지난해 ‘정전대란’ 이후 전력수급 불안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신규 발전소 건설은 더딘데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전기난방 사용이 늘면서 올겨울 전력수급 불안이 최고조에 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대책 중 하나가 가전 에너지 절감을 통한 전력수요 억제다. 실제 지경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여름과 겨울철 가정 내 전력 사용량은 전체 전력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천 계양역에서 연 지하철 정전 대비 위기대응 훈련 (출처: 경향DB)
그렇다고 해도 가정용 전력수요 억제를 우선 과제로 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내 개별 가정의 전기 사용량은 해외에 비해서도 낮은 편이다. 국민 1인당 주택용 전력 소비량은 1183kWh로 미국의 4분의 1 수준이다. 덥지도 않은데 에어컨과 선풍기를 돌리고, 밝은 대낮에 전깃불을 켜놓는 사람이 흔치 않아 가전제품의 절전효과 높이기는 한계가 있는 셈이다.
전력 사용량도 산업용이 훨씬 많다. 산업용 전기는 국내 전기 사용량의 56%를 차지하고 있다. 주택용 15%의 4배에 육박하는 양이다. 절전 대책의 핵심이 산업용 전력수요 억제에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오히려 지난 여름 대형 자가발전기를 갖고 있는 대기업에 3000억원 규모의 보조금까지 지급했다.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지난달 “(정부의 대기업 보조금이) 국민정서상 납득하기 힘들다는 것은 이해한다”면서 부조리한 측면은 바로잡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제는 이를 실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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