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어제 우리나라 섀도뱅킹(그림자금융) 규모가 지난해 말 현재 126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전체 국내총생산(GDP·1237조원) 규모를 넘어선 것이며, 은행 등 예금 취급기관 자산(2485조원)의 51%에 이른다. 우리나라 섀도뱅킹 규모를 한국은행이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섀도뱅킹은 은행과 비슷한 신용중개 기능을 하지만, 은행처럼 엄격한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기관 및 금융상품을 말한다. 증권사와 여신전문금융회사, 환매조건부채권, 머니마켓펀드가 이에 해당한다. 단기자금을 조달해 장기로 운영하지만, 상대적으로 규제를 덜 받는 게 특징이다.
서울시내 한 은행 창구에서 고객이 대출상담을 하고 있다. (출처: 경향DB)
문제는 국제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섀도뱅킹 규모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 금융위기를 전후한 2007~2010년 우리나라 섀도뱅킹 연평균 증가율은 11.8%를 기록했다. 선진국들보다 전체 규모는 작지만, 선진국들의 섀도뱅킹 규모가 국제 금융위기 이후 일제히 감소세로 돌아선 것과는 다르다.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미국 섀도뱅킹 규모는 2010년 말 기준 23조6000억달러로 전체 규모로는 우리보다 훨씬 크지만 같은 기간 2.4% 줄었다. 일본도 6.6% 감소했다. 우리나라 섀도뱅킹 규모가 늘어난 것은 국내 증권사 및 여신전문금융회사 활동이 금융위기 이후에도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섀도뱅킹을 무조건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소외계층에 대한 금융서비스 제공을 비롯해 일부 긍정적인 기능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섀도뱅킹 관련기관 수가 워낙 많고 금융거래 내용이 복잡한 만큼, 규제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 금융위기가 불붙은 것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처럼 당국이 제대로 파생금융상품을 감독하지 못한 탓이다. 제대로, 제때 섀도뱅킹에 대한 관리감독을 하지 못할 경우 금융권의 위험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특히 요즘과 같은 경기 둔화 및 하강기에는 섀도뱅킹의 수익성이 떨어지기 쉽다. 그렇게 되면 제대로 당국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금융부문으로 위험이 옮아갈 가능성이 있다.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서둘러 섀도뱅킹과 금융권역 간 연계 거래 감시를 강화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언제든 위험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적절한 규제를 선제적으로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일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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