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던 한 농민이 음독자살했다. 송전탑은 그의 집 200m 이내에 들어설 예정이었다.
밀양 송전탑 건설은 주민들이 목숨을 걸고 반대하고 있지만 한국전력은 아랑곳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밀양 농민의 자살 소식을 들으면서 떠오른 것은 행복주택이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3일 목동 유수지를 방문해 반대하는 주민들과 만났다. 행복주택 예정지 발표 이후 처음이었다. 주민들은 “정부가 우리를 ‘종북’ ‘빨갱이’로 몬다”며 항의했다.
여기까지는 밀양 송전탑과 비슷했다. 국토부는 서 장관과 주민 면담 직후 다음날로 예정됐던 지구지정을 무기 연기했다. 전격적이었다. 주민 간담회 직전까지도 “지구지정을 강행하겠다”고 하던 정부였다.
국토부장관, 행복주택 반대 주민들과 대화
(출처: 경향DB)
정부가 주민의 요구에 귀를 열었던 사례는 또 있다. 경기 성남의 수원보호관찰소 성남지소(성남보호관찰소)다.
지난 9월 법무부는 수정구에 있던 성남보호관찰소를 분당구 서현동으로 기습 이전했다가 주민들이 집단 반발하자 5일 만에 이전을 백지화했다. 아직까지 적지를 찾지 못한 성남보호관찰소는 성남시청사 안에 임시행정사무소를 최근 설치했다.
보호관찰소 분당이전 항의하는분당출신의원들(출처 :경향DB)
목동과 분당의 공통점은 중산층이 사는 곳이다. 법조인, 언론인, 대기업 간부, 공무원이 많이 산다. 한 다리만 건너면 장차관이나 고위급 공무원과 연결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정치적으로는 새누리당의 텃밭이다. 정부는 이런 곳에서는 ‘내 식’을 고집하지 않았다.
하지만 두 곳을 제외한 갈등지역에서 정부가 양보했다는 얘기는 들어보기 힘들다. 해군기지를 건설 중인 제주 강정마을이 그렇고, 경북 영양댐 건설 예정지가 그렇다. 이 지역은 주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완력으로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들은 장관은커녕 군청 사무관도 쉽게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기자를 처음 본다는 사람도 많았다.
밀양 송전탑 건설현장에 지은 움막과 손희경 할머니(출처: 경향DB)
제대로 된 국가라면 돈 없고 힘 없는 사람의 어려움부터 먼저 들어봐줘야 하는 것은 아닐까. ‘유전소통, 무전불통’ 2013년 대한민국의 소통법이다.
박병률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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