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삼성과 사드 ‘밀실의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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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기자칼럼]삼성과 사드 ‘밀실의 경제’

by eKHonomy 2017. 3. 7.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부지를 제공키로 한 롯데를 겨냥한 중국의 경제 보복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고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은 58년 만에 전격적으로 해체됐다. 최근 한국 경제를 뒤흔든 이슈들이다. 여기에 눈에 띈 뉴스 하나는 산업은행이 지난해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인 3조5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지나친 대외의존성, 잡초 같은 정경유착, 부실한 구조조정 등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의 단면들이다. 이 위기들은 ‘밀실’에서 잉태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해 6월 부총재로 있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돌연 휴직계를 내고 잠적한 지 8개월 만에 모습을 나타냈다. 지난달 27일 대우조선해양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에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것이다. 홍 전 회장은 “대우조선에 대한 4조2000억원 지원은 서별관회의에서 결정됐다. 은행별 지원 금액까지 정해져 있었다. 산업은행은 그저 지시에만 따랐을 뿐이었다”는 발언의 주인공이다. 당시 발언은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업은행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지원에 대한 책임 회피일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관치 경제’의 실상을 드러냈다.

 

중장비에 짓밟히는 롯데 상품들 중국 허난성 신정시 완지아 도매시장 앞에서 롯데주류의 ‘처음처럼’ 등 롯데 상품들이 중장비에 짓밟히고 있는 모습이 지난 5일 웨이보에 게시됐다. 웨이보 캡처

 

서별관회의가 뭔가. 경제부총리, 청와대 경제수석,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등을 주축으로 국민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굵직한 사안들을 결정하는 경제의 컨트롤타워다. 하지만 누가 어떤 발언을 했고, 정책 결정의 이유가 무엇인지 알 길이 없었다. ‘밀실의 컨트롤타워’라 불릴 정도의 폐쇄성 때문이다. 그 결과는 침통하다. 서별관회의를 통해 천문학적인 자금 투입이 결정됐지만 대우조선은 여전히 정상화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대우조선 회사채 4400억원의 만기인 다음달을 기점으로 한 ‘4월 위기설’의 진원지가 됐다. 조선·해운 부실이 산업은행의 적자로 이어진 건 당연한 결과다.

 

사드 배치 과정은 이보다 더하다. 기업 입장에서 사드 문제는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 문제)의 연속이다. 2014년 중반부터 미국에서 사드 배치론이 비공식·공식으로 흘러나오는데도 우리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다는 ‘3불’을 되풀이하다 사드 배치를 전격 발표했다. 핵심 당사자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조차 사드 배치 발표날 백화점에서 양복 수선을 하고 있을 정도였다. 배치 지역 역시 툭 하고 나왔다. 칠곡이니 양산이니 하다가 결국 성주 성산포대에서 롯데골프장으로 변경됐다. 지난해 7월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이제야 정부는 “중국 의존도 탈피” “적절한 대응책 강구” 등을 대책이라고 내놓고 있는데 사드 배치 파급에 대한 치밀한 시나리오와 대응책 마련에 소홀했다는 고백이나 다름없다. 그 결과 기업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롯데는 ‘제발 정부가 대책 좀 세워달라’는 직접적 표현을 겨우 참고 있다. 오죽하면 “우리가 한국 업체인 줄 몰랐으면 좋겠다”는 업체까지 나오겠는가. 일각에서 “중국의 보복에 한마음 한뜻으로 똘똘 뭉쳐 이겨내자”고 하지만 이는 “맞더라도 꾹 참자”는 말이다. 결코 대응책이 될 수 없다. 이 같은 풍경은 개성공단 폐쇄 조치에서 익숙히 봐왔다.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것을 보면 이번 정권에서 문제가 개선될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경제의 역동성을 위해 밀실은 사라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삼성의 미전실 해체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미전실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최순실이라는 비선 실세를 지원하다 특검에 의해 총수가 구속되는 결과를 낳았다. 경제에는 무엇보다 불확실성이 가장 해로운 독이다. 밀실은 폐쇄적인 의사결정과 ‘나를 따르라’는 일방통행식 지시로 불확실성을 증대시키는 시발점이다. 곧 탄핵이 결정난다. 탄핵심판 이후 우리 경제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밀실들을 불빛 가득한 광장으로 불러내야 한다. 광장에서 민주주의가 꽃피듯 경제발전 역시 광장에서 싹틀 것이다.

 

산업부 |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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