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대책 효과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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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선대인 칼럼

부동산대책 효과가 없다고?

by eKHonomy 2018. 1. 18.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약발이 없다며 질타하는 언론 보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지방의 집값은 떨어지거나 정체하는데 서울 집값은 뜀박질한다며 ‘집값 양극화 확대’라는 표현도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이런 언론 보도의 프레임에 문제가 많다.

 

우선 서울 집값이 뛴다고 정책이 실패했다고 볼 수 있을까. 박근혜 정부 때는 수도권 전역과 부산, 대구, 광주, 제주 등 지방 상당수 지역의 집값이 가파르게 뛰었다. 지금은 대구, 광주, 제주 등의 집값은 정체되거나 하락하고 있으며, 부산의 집값 상승세도 약해졌다. 수도권에서도 경기도와 인천의 집값 상승세가 많이 둔화됐다. 여전히 가파르게 오르는 편인 서울의 집값 상승세도 강남 재건축과 강북 일부 지역의 오름세가 평균을 끌어올린 측면이 강하다. 박근혜 정부 때에 비해 집값 상승의 정도나 상승 지역의 범위가 대체로 줄었다. 많은 이들이 기대하는 만큼은 아닐지 모르나 부동산대책의 효과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출처:경향신문DB

 

강남 재건축시장과 관련해서는 좀 더 따져볼 문제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대책이 강남 재건축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작동해 그 효과가 나타났는지를 따져보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예를 들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올해부터 적용된다. 예고만 됐을 뿐 아직 실제로 적용된 사례가 없다. 아마 연말쯤에 가서야 실제로 적용되는 사례가 나올 것이다. 다주택자의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효과가 있는 신DTI도 이달 말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도 4월부터 시행된다. 그나마도 본격적으로 다주택자가 주택을 매도하면서 중과세를 경험하게 되는 데에는 최소 한두 해 이상 걸릴 것이다. 이렇게 보면 현재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강남 재건축시장에 대한 부동산대책의 상당 부분이 실제로는 아직 실행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의 효과가 작동하는지는 최소 올해 상반기는 지난 다음에 따져봐야 한다.

 

언론들은 이처럼 왜곡된 프레임을 내세운 뒤 서울의 주택 공급이 부족해서 집값이 뛴다고 주장한다. 지겨운 레퍼토리인 ‘공급부족론’이다. 공급이 부족해서 집값이 뛰는 거라면, 올해 서울의 주택공급이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 늘어나게 되니 언론들은 올해 집값이 떨어진다고 주장해야 한다. 그런데 이들 언론은 이런 사실은 무시하고, 앞으로 문재인 정부의 규제 때문에 주택 공급이 부족해질 테니 집값이 오른다고 주장한다.

 

같은 논리라면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하반기부터 재건축 규제를 대폭 풀어 재건축 공급이 늘어나도록 했을 때는 집값이 떨어질 거라고 했어야 맞다. 하지만 그때 재건축 가격은 가파르게 올랐다.

 

왜 그랬을까. 투기적 가수요를 들끓게 했기 때문이다. 주택은 일반 공산품과 달리 해당 지역에 국한돼 공급될 수밖에 없어 공급을 단기간에 크게 늘리기 어렵다. 그렇다면 수요, 특히 투기적 가수요를 관리해야 한다. 강남 지역에서 공급을 늘린다면서 각종 규제를 풀어 강남 재건축의 사업성을 높여준 결과 투기적 가수요가 들끓었다. 투기적 가수요가 급증하니 갑자기 공급이 부족해 보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투기적 가수요를 줄이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방향은 대체로 옳다.

 

그러면 왜 서울 강남 집값이 오르나.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달구어진 솥뚜껑이 식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후끈 달아오른 부동산시장이 식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현재 투기의 주변부에서는 서서히 투기 열기가 식어가는데, 서울 강남과 같은 핵심 지역은 여전히 뜨거운 시기 정도로 보인다. 언론의 왜곡보도에 따른 많은 이들의 착각도 한 요인이다. 기득권 언론에서 ‘정부가 억누를수록 집값은 더 뛴다’는 식의 보도를 많이 하니 상당수가 솔깃한 것이다. 더구나 초과이익환수제와 신DTI, 양도세 중과 등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에 ‘막판 기회’를 노려보자는 심리가 강하다. 특히 초과이익환수제 시행을 앞두고 재건축단지들이 사업추진에 박차를 가하면서 호재로 작용한 것이 최근 강남 재건축시장 상승세의 주요 이유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의 흐름이 ‘막판 기회’일지, ‘막차’를 타게 되는 것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물론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에도 아쉬운 점이 있다. 예를 들면, 대책의 상당수가 다주택자에게만 타깃을 맞추는 문제가 있다. 신DTI 규제와 지금 거론되고 있는 부동산 보유세, 양도소득세 중과 정책 등이 그렇다. 다주택자들이 주택 가격 상승을 주도한 측면이 있지만, 여기에 한정돼서는 안된다. 5억원짜리 두 채 소유자는 규제 대상이 되고, 고가의 20억원짜리 한 채 소유자는 대상이 되지 않는다면?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정책 효과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또한 다주택자에 대한 대책을 내놓으면서도 임대주택사업자 등록이라는 다른 선택지를 던져줌으로써 다주택자 압박효과를 스스로 제한한 측면도 있다. 이런 점들을 보완하는 개선된 대책들이 나오기를 바란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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