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불공정 줄여야 신뢰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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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정대영 칼럼

불평등·불공정 줄여야 신뢰사회

by eKHonomy 2015. 9. 2.

한국에서 청년실업과 괜찮은 일자리 부족, 노인빈곤 등의 문제는 오래되었고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당연히 소득과 부의 불평등도 악화되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니계수와 같은 전통적인 소득불평등 지표로는 그 심각성을 설명하지 못했다. 2013년 한국의 지니계수는 0.31로 미국(0.39)보다 양호하고, 사회보장이 잘 되어 있는 프랑스(0.31), 독일(0.29)과 비슷한 수준이다. 국민이 체감하는 양극화와 소득불평등과는 너무 거리가 멀었다.

다행히 2014년 피케티 열풍과 함께 한국에서도 국세청의 과세자료를 이용한 상위 1%, 10% 등의 소득집중도 통계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불평등 구조가 드러나고 있다. 한국은 상위 10%의 소득집중도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고, 상위 1% 기준보다 상위 10% 기준의 불평등이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는 2014년 12월 ‘한국의 개인소득 분포, 소득세 자료에 의한 접근’에서 4000만원 미만의 이자 및 배당소득까지 포함해 소득집중도를 산출하여 기존 연구를 크게 보완하였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2010년 한국의 상위 10% 소득집중도는 48.05%로 프랑스의 32.29%보다 매우 높고, 소득불평등이 아주 심하다는 미국의 46.35%보다도 높게 나왔다. 한국의 상위 1% 소득집중도는 12.97%로 높지만 미국의 17.45%보다는 낮고 영국의 12.55%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지니계수와 경제성장률 추이_경향DB



김낙년 교수의 의미 있는 연구 결과에도 이자 및 배당소득보다 규모가 훨씬 클 것인 주택임대소득은 포함되지 못했다. 주택임대소득은 1주택자에 대해서는 제도적으로 비과세하고 있고, 2주택자 등에 대해서는 관행적으로 세금을 걷지 않고 있다. 주택임대소득의 규모와 분포는 과세자료를 통해서 알 수 없게 되어 있다. 주택임대소득을 포함한다면 한국의 상위 10%의 소득집중도는 과거 인종 분리주의 국가로 양극화가 극심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51%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일 것이다.

상위 10% 즉, 20세 이상 성인 인구의 10%인 380만명에는 어떤 사람들이 포함될까? 위에서부터 재벌,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대주주 및 경영진 등의 고소득자에서부터 의사 등 전문직, 교수, 공무원, 괜찮은 자영업자, 금융기관 및 공기업 직원, 대기업 정규직, 생계형을 넘는 임대업자 등이 포함될 것이다. 이들 상위 소득자의 높은 소득은 자신이 열심히 일하고 시장의 경쟁을 통해서 얻어지는 부분도 있지만, 상당 부분이 정부의 특혜성 지원과 과보호 그리고 부실한 조세 제도 등 법과 제도의 불공정성에 기인한다.

재벌과 대기업에 대한 특혜는 잘 알려져 있지만, 금융기관도 엄격한 진입장벽을 통해 독과점 이익을 보장받고 있다. 임대사업자의 경우 주택임대소득은 거의 세금을 내지 않고, 사무실 상가 등의 임대소득도 법인화를 통한 비용처리와 상속 및 증여 등에서 큰 혜택을 보고 있다. 의사 등 전문직은 법에 의한 정원 규제와 업무영역 보호 덕분에 고소득을 향유할 수 있다. 공무원은 정부 예산으로 괜찮은 임금과 고액연금의 혜택뿐 아니라 정년까지 보장받고 있다. 교수는 공무원보다도 더 좋은 대우를 받고, 교수와 시간강사의 차이는 기업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보다 더 심하다. 공기업과 금융기관 직원은 정부의 지원과 보호 덕에 고임금을 받을 수 있다. 대기업 정규직의 높은 임금도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과 하청기업의 어려움과 상당 부분 연결되어 있다.

한국은 불평등의 원천이 대부분 이러한 불공정이다. 그리고 불공정의 많은 부분이 법과 제도에 의해 만들어지고 일상화되어 있다. 따라서 단순한 복지 확대를 통해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비용도 많이 든다. 여기에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과 같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의 불공정만을 문제 삼는 것은 불평등 구조를 더 악화시킨다. 결국 더 많은 특혜를 받고 경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분야의 불공정부터 우선 시정해야 한국의 불평등 구조가 개선될 수 있다. 재벌 등 대기업과 금융기관, 임대사업자, 의사 등 전문직, 교수와 공무원 등의 순서로 불공정한 특혜를 줄여야 한다.

불공정이 줄면 불평등과 불만이 줄고 사회의 신뢰수준이 높아진다. 신뢰수준이 높아지면, 경제 전체의 생산성이 올라 성장이 좋아지고 일자리도 늘어난다. 한국의 불평등과 불공정은 서로 얽혀 복잡하고 심각하다. 먼저 법과 제도의 불공정 문제에 관심을 갖고 노력해 보자. 해결이 조금은 쉬워질 수 있다.


정대영 | 송현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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