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어제 한국 경제상황에 대해 ‘디플레이션 걱정이 크다’ ‘근로자 임금이 올라야 내수가 산다’ ‘증세에 대한 사회적
컨센서스’ 등 여러 얘기를 했다. 다만 이들 얘기는 원론적이고, 통상적이어서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작 주목되는
발언은 “고도 성장기는 다시 오지 않는다는 불편한 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부총리가 부의 쏠림이나 소득 양극화 등
한국경제의 문제점을 성장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전형적인 친기업 성장주의자였다는 점을 떠올리면 예사롭지 않은 발언이다.
기실 한국경제는 지속적인 성장정책에도 불구하고 뒤죽박죽인 상태다. 3%대 성장률에 사상 최대의 경상흑자, 3만달러를 눈앞에 둔
1인당 소득 등 수치는 나쁘지 않다고 말하지만 정작 속을 뜯어보면 지뢰밭 그 자체다. 경상수지는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크게 주는
불황형 흑자에 불과하다. 국민소득이 늘었다 해도 생활 수준은 후퇴하고 있다. 경제의 또 다른 축인 내수는 백약이 무효일 정도로
심각한 부진에 빠져 있다. 당장 최 부총리가 매진해온 부동산 활성화정책은 아파트 거래량을 늘렸지만 기대했던 소비 진작효과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전·월세 인상에 지쳐 마지못해 집을 사고는 있지만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지면서 허리띠를 졸라맨 데 따른
것이다. 실제 2008년 826만원이던 원리금 상환액은 2013년 1000만원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에는 1175만원에 달했다.
그나마 임금이라도 오르면 버틸 만하지만 그렇지도 못하다. 국회 예산정책처까지 나서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유가하락에도 불구하고
가계소비가 부진한 것은 가계부채 부담과 실질임금 정체 등 구조적 요인 때문이라고 분석할 정도다. 소비가 줄다 보니 물가도
내린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벌써 3개월째 0%대다. 그나마 담뱃값 인상 효과를 빼면 마이너스다. 외견상 저물가는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화하면 경기가 둔화되는 디플레이션으로 빠지게 된다는 점에서 좋지 않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을지로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수요포럼에서 '2015년 한국경제의 진로'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고도 성장기가 끝났다고 여긴다면 경제정책의 패러다임도 성장 일변도에서 벗어나 저성장 시대에 걸맞게 다시 짜는 게 마땅하다. 우리는
그 시작이 개인의 삶의 질 개선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당연히 증세 얘기는 변죽만 울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임금인상도 당위론이 아닌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 등 적극적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기업들도 임금은 단순히 비용이 아니라 성장의
원천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주거정책 역시 빚내 집 사라가 아니라 중하위 계층의 주거 안정쪽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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