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큼 복잡하고 비싼 통신요금 체계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드물다. 그래서 고객들은 통신비용을 줄이기 위해 요금제 상담을 하게 된다. 그런데 국내 최대 통신사인 SKT가 고객 상담할 때 필요한 교육이라며 상담원에게 가르치는 내용이 충격적이다. 요약하면 SKT 상담원은 고객의 평균 사용량에 관계없이 가장 많이 썼을 때에 맞춰 요금제를 최대한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요금제를 낮추려고 하면 다른 옵션상품에 가입하도록 함으로써 전체 사용금액은 기존보다 떨어지지 않도록 유지해야 한다고 한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상담원의 역할은 통신요금 체계에 대해 사실대로 설명하고 고객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하지만 SKT는 그와 반대로 고객을 먹잇감으로 삼았다. 통신사가 이런 식이면 통신요금이 내려가는 것은 언감생심이고, 덤터기를 쓰지 않으면 다행이다.
SKT는 상담원을 상대로 고객을 ‘봉’으로 만들도록 교육한 것은 물론 인센티브와도 연계함으로써 상담원을 사실상 ‘매수’했다. SKT는 상담원들을 한 달에 서너번씩 불러서 요금제를 올릴 방법을 가르치는 것은 물론 샘플을 보여주고 따라서 하라고 교육했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상담원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에 요금제 항목을 연계시켜 요금에 따라 등급에 차등을 두도록 했다. 상담원들이 요금을 올리는 데 목맬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이다. 오죽하면 상담원들이 “나이 든 분을 속이는 게 괴롭다”며 하소연했을까 싶다. 하지만 SKT는 이런 상담원의 심적 고통 호소에도 모른 척했다고 한다. 아무리 기업의 목적이 이익창출이라고 해도 상도덕마저 이런 식으로 내팽개치는 것은 곤란하다.
통신사들은 매년 수조원의 이익을 챙기고 있는데도 통신비는 내리지 않고 있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대책은 말뿐이다. 그렇다면 남은 대안은 고객 스스로 통신비를 줄이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런데 고객의 통신비 절감을 위한 상담도 통신사들의 조직적인 ‘방해공작’으로 무용지물이다. 고객과 통신사 간 정보수준이 비대칭적인 상황에서 통신사가 고객을 속이기는 ‘식은 죽 먹기’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보기술에 어두운 노년층일수록 더 큰 손해를 본다고 한다. 통신사 상담원들의 고객 속이기는 SKT만의 행태가 아닐 것이다. 정부는 차제에 통신3사의 고객 상담에 대한 실태 파악에 나서 통신비 인하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거둬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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