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계부채 대책, 도덕 해이 등 부작용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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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사설]가계부채 대책, 도덕 해이 등 부작용 우려한다

by eKHonomy 2013. 3. 11.

박근혜 대통령 대선공약으로 이르면 이달 말 시행 예정인 국민행복기금의 윤곽이 드러났다. 금융위원회는 대부업체를 비롯해 전체 금융권의 6개월 이상 장기연체를 일괄매입해 원금 50%(기초생활수급자는 70%)를 깎아준다고 밝혔다. 신용회복기금 8700억원을 활용해 가계부채에서 가장 심각한 다중채무자(여러 금융회사에 빚을 진 사람) 문제를 집중적으로 풀어보겠다는 것이다. 대상자는 2월말 기준 6개월 이상(지난해 8월말 이전부터) 이자를 내지 못한 경우로 제한했다. 국민행복기금 출범이 공식화한 이후 고의로 연체한 경우는 구제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서민들의 빚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기본적인 취지는 공감하지만, 만만치 않은 부작용이 예상된다. 마냥 국민행복기금의 출범을 환영할 수 없는 이유다. ‘신뢰와 성실’을 토대로 한 금융질서의 기본을 무너뜨린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돈을 빌리면 빌린 개인이 갚아야 하는데도 정부가 나서서 대신 빚을 깎아주는 게 바람직한 것이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물론 과거 농어가 부채탕감을 비롯해 2003년 카드대란 때도 정부가 개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 문제는 정책의 잘못과 관련이 있었던 만큼 개인이 선택한 다중채무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서민 빚을 위한 구제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은행권은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을 운영하고 미소금융 등 서민금융상품을 도입했다. 이런 제도가 있는데도 굳이 국민행복기금을 도입한 것은 그만큼 가계부채 문제가 엄중하다는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빚을 성실하게 갚은 사람 입장에서 보면 빚을 안 갚고 버틴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는 결과가 되는 만큼 역차별 논란을 빚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왕 도입하기로 한 만큼 서둘러 시행하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정치권의 줄다리기 때문에 정부 출범이 늦어진 탓도 있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기준과 시행방법을 빨리 확정해야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아직 채권을 얼마에 매입할지도 정해지지 않았고, 대상자도 대선 당시 예상했던 322만명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연합회에 등록된 6개월 이상 연체자는 112만명에 그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박근혜 당선인의 의중은? (경향신문DB)


정부는 이 제도가 시행에 들어가면 더이상 연체 기준을 완화해주거나 또다른 추가적인 혜택 조치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좀 더 기다리고 버티면 또다른 추가조치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하면 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를 양산할 공산이 크다. 또한 엄정한 심사를 거쳐 대상자를 선정해야 한다. 고급차를 타고 명품을 사고 흥청망청 살다가 빚진 사람들까지 챙겨줄 수는 없다. 다중채무자들에게 단순히 빚을 깎아주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자활의지를 북돋아줘야 한다. 양질의 일자리를 갖게 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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