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영계, ILO 핵심협약 비준 논의에 성실히 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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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일의 경제새판짜기

[사설]경영계, ILO 핵심협약 비준 논의에 성실히 임하라

by eKHonomy 2019. 3. 20.

유럽연합(EU)이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포함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조건을 한국이 경영계 등의 반대로 이행하지 못하자, 분쟁해결 1단계 조치로 제기했던 ‘정부 간 협의’가 지난 18일 성과 없이 종료됐다. EU는 내달 9일 열릴 한·EU FTA 무역위원회 전까지 가시적 진전이 없으면 2단계 조치인 ‘전문가패널’을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패널은 중재위원회 성격의 기구로 소집 후 90일 내에 권고안을 마련한다.

 

FTA 협상 당사국 간 전문가패널 ‘권고’는 지금까지 선례가 없다. 전문가들은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EU 회원국은 한국과의 협력관계를 중단한다’ 등의 조치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왕따’가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국가신뢰도 추락도 우려된다. 한국은 노동자가 노조 할 권리조차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 나라가 될 수 있다. 1991년 ILO에 가입한 한국은 핵심 8개 협약 중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강제노동 폐지 등 4개 협약에 가입하지 않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사회적 대화는 겉돌고 있다. 경사노위 산하에 ‘노사관계제도 및 관행개선위원회’가 지난해 7월 구성돼 협약 비준을 위한 협의를 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합의는커녕 이견만 드러내고 있다. 이렇게 된 데는 경영계의 비협조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관행개선위원회의 한 위원은 “지금까지 회의에서 경영계는 단 한번도 ‘ILO 협약 비준을 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고, 대신 비준에 위반되는 내용만 요구했다. ‘하지 말자는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경영계가 제기한 5개항 중 ‘파업 시 대체근로 인정’ ‘부당노동행위제도 폐지’는 ILO 정신에 반하고, 노동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한 헌법 33조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ILO는 “대체근로는 노동자의 파업권을 침해하고, 사업주의 부당노동행위 시에는 강력한 제재조치를 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회원국에 권고한 바 있다.

 

경영계는 28년간 미뤄온 ILO 핵심협약 비준 논의에 성실히 임하길 바란다. 이는 EU와의 약속 이행에 앞서 한국이 ‘노동존중 사회’로 가기 위한 필수 전제 조건이다.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경영계 역시 불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노동계도 사업자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등 양보할 수 있는 것은 양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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