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총리 지명자 발표 이후 후속 개각 얘기가 뜨겁다. 경제팀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일각에서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지속성을 내세워 유임론도 나오는 모양이지만 경제팀 교체 없는 내각 일신은 안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현오석 경제팀이 그동안 보여준 무소신, 무능력은 신물이 날 정도다. 양극화, 일자리, 경제정의 실현 등 우리 경제의 고질적 문제에 대한 해법은 한차례도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정책 중심을 잡기는커녕 혼선만 부채질했다. 지난 2월 말 부동산거래 활성화 과정에서 보여준 전·월세 정책은 지금도 시장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카드사 정보유출 사건 때는 ”어리석은 사람이 일 터지면 책임을 따진다”는 상식 이하의 발언으로 공분을 샀다. 작년 세법개정과 올해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때는 대통령 말 한마디에 대책이 조변석개했다. 이 때문에 국민은 물론 관료들에게도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이런 부총리를 계속 두는 것은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나 다름없다.
경제계에서는 경제수장의 덕목을 놓고 리더십을 우선순위로 거론한다. 대통령 지근거리에 있으면서 관가와 정치권의 경험, 장관들을 휘어잡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와의 교감, 부처 장악력은 일사불란한 정책을 추진할 때나 요긴한 기득권 논리들이다. 우리는 청와대만 쳐다보고, 어느 일방의 이해가 담긴 정책을 밀어붙이는 ‘집달리 부총리’보다는 과거와는 달라진 경제패러다임 속에서 이를 극복하고 국민과 소통하려는 인물이 경제팀 수장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현오석 경제부총리(왼쪽)와 이야기를 나누며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뒤편은 김기춘 비서실장. _ 청와대사진기자단(출처 :경향DB)
세월호의 경제적 교훈은 ‘갑’이 불편해지는 대신 ‘을’이 제 몫을 찾는 공정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월호는 자본논리를 앞세운 규제 완화, 그런 자본과 유착한 권력가들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퇴행시켰는지를 알려줬다. 그럼에도 현재의 경제정책은 ‘세월호 방식’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자본 최우선의 선도형 성장정책이다. 이런 상황인식으로는 관피아 척결 등 아무리 개혁을 외치더라도 국민의 안전, 삶의 질을 높일 수도 없다.
박 대통령은 집권 뒤 경제활성화를 강조하면서 경제민주화를 서랍 속에 넣었다. 하지만 경제민주화는 단순히 분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성장 그 자체로 봐야 한다. 세월호 교훈을 살리지 못하면 그동안 우리가 일군 성장과 민주화는 벼랑으로 떨어진다. 대통령이 경제수장을 더 꼼꼼히 생각해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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