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나쁜 일자리’만 양산한 정부의 시간제 고용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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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사설]‘나쁜 일자리’만 양산한 정부의 시간제 고용정책

by eKHonomy 2014. 5. 23.

박근혜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첫해 성적표가 나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쁜 일자리만 양산하는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정부 기대와 정반대로 노동시장이 반응한 셈이다. 물론 당초 노동계의 우려를 떠올리면 그다지 놀라운 결과도 아니다.

시간제 일자리는 고용률 70%를 슬로건으로 내건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고용정책이다. 정규직과 차별없는 시간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저출산·고령화시대의 노동력 부족과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취지였다. 2017년까지 일자리 238만개를 만들고 이 중 93만개(공공 1만7000, 민간 91만3000)를 시간제로 충당하겠다는 로드맵도 내놨다.

하지만 엊그제 나온 통계청 조사는 정부의 이런 기대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으로 비정규직 591만1000명 중 시간제 노동자는 191만7000명(32.4%)이었다. 관련 통계가 나온 2007년(123만2000명) 이후 최대 규모다. 1년 동안 늘어난 비정규직(17만9000명)의 대부분이 시간제(15만9000명)였다. 연령별로는 고령층과 청년층이 80%, 직업별로는 단순노무와 서비스·판매종사자가 70%를 차지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시간제 증가는 고용시장 추세로, 정부 정책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3년 5월31일


현재로서는 좋은 시간제 일자리가 늘어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동안 몇몇 대기업이 정규직과 차별없는 시간제 노동자를 뽑았지만 이는 예외적이다. 대부분의 시간제는 단기 계약직, 그마저 사무보조에 국한된다. 경영환경이 악화하면서 시간제 노동자를 애물단지 취급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 때 반짝했던 고졸 채용의 재판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시간제 일자리를 강조하는 사이 청년 고용사정은 최악의 상태로 흘러가고 있다. 4월 청년 실업률은 전체 실업률 3.9%보다 훨씬 높은 10%였다. 일자리가 복지라는 박근혜 정부의 인식은 옳다.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계획에 매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굳이 수치목표에 함몰될 필요도 없다. 더 곪기 전에 지금이라도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제대로 된 일자리 대책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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