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작 피라미 잡자고 공기업 개혁 큰소리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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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사설]고작 피라미 잡자고 공기업 개혁 큰소리쳤나

by eKHonomy 2014. 6. 18.

정부가 어제 117개 공공기관의 지난해 경영 성적표를 공개했다. 우수 등급은 41곳인 반면 낙제점을 받은 공공기관이 30개에 달했다.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기업의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들 공기업 중 기관장 해임 대상은 2곳에 불과했다. 그나마 덩치가 크고 힘깨나 쓴다는 공기업 낙하산 사장은 다 빠져나갔다. 이름조차 생소한 쭉정이만 희생양이 된 꼴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공기업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파티는 끝났다”던 기세는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이번 평가는 우리 공기업의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S~E 6단계 평가 중 비교적 양호한 A, B등급은 전체의 35%에 그쳤다. 반면 낙제 수준인 D와 E등급은 19곳과 11곳으로 지난해에 비해 2배로 늘었다. 공기업 대표 격인 철도공사와 가스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거래소는 최하등급을 받았다. 토지주택공사와 동서·중부발전도 D등급을 면치 못했다. 철밥통만 믿고 부채 감축이나 구조조정 노력을 게을리한 결과다.

이번 평가는 정부의 공기업 개혁 의지를 엿볼 수 있는 가늠자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더구나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관피아’ 척결이 국정개혁 화두로 등장한 터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기관장 해임 권고 대상은 울산항만공사와 한국기술시험원 2곳뿐이다. 공기업 순위에서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는 곳이다. 내로라하는 공기업 기관장 12명은 최하위 등급을 받고도 임명된 지 6개월 미만이라는 이유로 빠졌다. 낙하산은 모두 살고 힘없는 공기업만 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 중점관리대상 공기업 임원의 관료출신 현황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도 걱정이다. 2012년 말 221%인 부채비율을 2017년까지 187%로 낮추겠다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각 공공기관별로 자구계획을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구조조정 시늉만 낼 뿐 공기업 개혁은 일찌감치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36조원의 부채를 줄인다고 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팔리지도 않는 땅을 팔아 생색을 내겠다는 얘기뿐이다.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에 대한 근본 처방 없이 숫자에 매달리다 보니 생긴 일이다.

공기업 부실은 한계상황에 달했다. 18개 부채 중점 관리대상 공기업들만 해도 하루 이자가 247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정작 구조조정을 주도해야 할 공공기관 기관장은 온통 낙하산 천지다. 관피아 척결은 고사하고 공기업 직원들의 복지 혜택을 줄인 게 대단한 개혁 성과라고 내세우고 있으니 제대로 된 개혁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래놓고 정부가 국민들에게 전기·가스료를 올려달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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