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 우롱하는 정치권의 ‘저가 담배’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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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사설]국민 우롱하는 정치권의 ‘저가 담배’ 논의

by eKHonomy 2015. 2. 22.

설 연휴 동안 여야 정치권에서 제기된 ‘저가 담배’ 도입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거웠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담뱃값 인상에 따른 보완책으로 기존 담배보다 값이 저렴한 저가 담배 도입을 검토하도록 당 정책위원회에 지시했다. 그러자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최고위원도 19일 ‘봉초담배(손으로 말아서 피우는 담배)에 한해 세금을 일부 감면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요체는 담배 가격 인상으로 부담이 가중된 고령층이나 저소득층 흡연자를 대상으로 저가 담배를 공급하겠다는 방안이다. 정책의 적합성은 안중에도 없이 오로지 표심만을 노린 전형적인 포퓰리즘 발상이다. 담뱃값 인상으로 세수 증대 목표는 이룰 수 있게 됐으니, 이제는 값싼 담배로 노인과 저소득층의 환심을 얻어보겠다는 정치적 셈법인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올 1월부터 세금을 올려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면서 시종 ‘국민건강 증진’을 이유로 내세웠다. 세수를 늘리기 위한 사실상 ‘서민 증세’라는 비판이 들끓자 “절대 아니다”라며 억울해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담뱃값 인상은 세수가 목적이 아니라 국민건강 증진 차원에서 더 이상 낮은 가격을 유지해서는 안되겠다는 정책의 표시”라고 강조했고, 여당인 새누리당도 “담뱃값을 인상해 흡연인구를 줄이자는 취지”라고 박자를 맞췄다. 그렇게 담배 가격을 올린 지 두 달도 안돼 저가 담배 도입을 검토하겠다니 “국민을 우롱한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결국 ‘국민건강’은 허울뿐이었고 담뱃값 인상은 세수를 늘리기 위한 우회 증세에 불과했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진정 국민건강을 생각한다면, ‘노인이나 저소득층은 싸구려 담배로 건강이 나빠져도 상관없다’는 투의 저가 담배 도입론을 꺼낼 수 없을 터이다. 정부·여당이 강조해온 국민건강의 ‘국민’에 노인과 저소득층은 들어 있지 않은 것이냐는 힐난에 무어라 답할지 궁금하다.

2006년에 나온 담배. 한 갑에 200원이라는 당시에도 매우 싼 가격에 판매되었다. (출처 : 경향DB)


저가 담배 도입은 국가 금연 정책과도 충돌한다. 보건복지부는 담뱃값 인상에 맞춰 금연구역 확대, 금연보조제 건강보험 적용 등 금연 정책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정작 국민건강을 앞세워 담뱃값 인상을 밀어붙인 국회가 조령모개의 저가 담배론으로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마저 뿌리째 흔들고 있다. 그리고 백번 양보해 저가 담배 문제를 논의하려면, 담뱃값 인상이 국민건강을 위한 게 아니라 세수를 늘리기 위한 꼼수 증세였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부터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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