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리 내린다고 소비·투자 살아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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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사설]금리 내린다고 소비·투자 살아날까

by eKHonomy 2015. 3. 12.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어제 기준금리를 2.0%에서 1.75%로 낮췄다. 첫 1%대 금리라는 전인미답의 길이다. 경기회복세에 자극을 주기 위한 결정이라지만 유동성 함정에 빠지지 않을 방법이나 폭증할 게 뻔한 가계부채 대책은 없어 오히려 화근만 키우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지난달 금통위가 금리동결을 만장일치로 결정한 점을 떠올리면 이번 금리 인하는 깜짝 결정이나 다름없다. 실제 여권이 노골적으로 금리 인하를 압박하던 터여서 훗날 있을 수 있는 책임 모면을 위한 궁여지책의 선택처럼 보인다. 독립성은 물론이고 시장과의 소통에도 문제점이 노출됐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선례다.

내용으로 들어가면 더 불안하다. 경기회복세가 미약한 상황에서 성장모멘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정부의 공세적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는 기진맥진한 상태다. 경상수지는 흑자지만 주력 산업의 경쟁력은 하락세고, 내수부진은 끝이 없어 보이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 물가는 디플레를 걱정할 정도로 하향세이고, 일본과 유럽, 중국 등의 돈 풀기도 인하 배경이 됐을 것이다. 물론 이번 조치로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기업에 도움이 되고, 대출금리가 낮아지면 대출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는 있다. 그렇다 해도 이를 소비나 투자 효과로 얘기하는 것은 침소봉대다. 당장 지난해 8월과 10월 단행된 두차례 금리 인하가 소비와 투자를 늘렸다는 증거는 없다. 기업들은 글로벌 경제불안을 들어 투자를 꺼리고, 가계는 고령화 등 미래 불투명성 때문에 지갑을 열지 않는다. 설령 금리를 더 내린다 해도 이 같은 기조가 바뀔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시중에 풀리는 돈은 부동산으로 유입되면서 집값을 올리고 전세난만 가중시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1.75%로 내린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그런 측면에서 이번 금리 인하는 유동성 함정만 키우면서 가계부채를 심화시키고 부동산만 과열시킬 게 뻔하다. 정부는 가계부채협의회란 걸 만들어 관리하겠다고 나선 모양이지만 대책이란 게 이자를 다소 낮추고 대출구조를 변동에서 고정으로 바꾸는 정도여서 근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기실 내수활성화를 통한 성장 정책을 펴고, 경기만 활성화되면 소득이 오르면서 가계부채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여기는 현 경제팀이 가계부채에 대한 적극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되풀이 얘기하지만 가계부채 문제는 부채총량을 줄이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 부동산을 매개체로 한 경제회복에 대한 미련도 버려야 한다. 행여 그 행간에 정치적 목적이 깔려 있다면 더욱 안될 일이다. 현재의 소비와 수출 부진은 재정을 풀고 금리를 내려 부동산을 띄운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저성장 시대에 걸맞은 산업 구조조정과 그에 따른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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