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재벌 눈치만 보는 구조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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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시론]재벌 눈치만 보는 구조개편

by eKHonomy 2015. 3. 22.

정부의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부문 구조개혁의 추진 기세가 드세다. 박근혜 대통령은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는 말도 있는 것처럼 무엇보다 쉬운 것이 없는 어려운 과제이지만 지금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며 구조개혁은 국가발전을 가로막는 낡은 제도와 관행을 혁파하고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과정임을 강조했다.

대통령의 발언에 비장함이 묻어나는 것은 절박함의 발로일 것이다. 집권 3년차가 되었지만 뚜렷한 성과는 보이지 않고, 성난 민심은 곤두박질친 정권의 지지율로 확인되고 있다.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economy, Stupid!)’라는 말처럼 박근혜 정부의 앞날을 결정할 열쇠말은 민생이며,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이다. 경제를 활성화해 노동자들의 월급봉투를 두툼하게 하고, 일자리를 창출해 청년실업을 해소하고, 내수시장을 보듬어 자영업자들도 어깨 펴고 사는 세상은 국민들의 작은 바람이다. 문제는 구호가 아닌 대안이며 정책방향이다.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충을 공약하며 당선됐지만, 집권 후 경제정책 방향은 실패한 MB정부의 경제정책을 답습했다. 경제는 나아지지 않았고, 빈부격차는 확대되고, 국민들은 생활고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민생경제 회복과 경제 구조개혁의 마지막 기회이다.

하지만 지금의 경제정책은 어정쩡한 상태이다. 지난 2년과 단절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제시되어야 한다. 정부 정책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발언과 정책의 일치, 분수효과와 낙수효과의 병행, 재벌 등 대기업의 고통 분담’을 이끌어 내야 한다.

먼저, 경제정책의 전환이다. 재벌과 부자에 편중된 MB 정부의 경제정책과 단절해야 한다. 수출 대기업 지원을 통한 국가경제 성장은 더 이상 설득력도 없음이 판명됐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 살리기를 위해 도입되었던 비용 감축 정책은 임금 삭감, 복지 축소, 고용 유연화로 연계되고 결국 비정규직 급증 및 만성적 고용불안을 사회에 내면화했다. 문제는 위기가 끝났지만 기업들의 정책은 과거의 관성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않고 있다. 이익이 증가해도 대기업은 낮은 임금과 고용 유연화 정책을 바꾸지 않는다. 기업의 경쟁력은 높아졌지만 그것은 노동과 서민의 희생 위에 쌓은 탐욕의 바벨탑이다. 기업을 감독하고 민생경제를 위한 정책 방향은 경제민주화와 소득주도 경제성장론으로 바뀌어야 한다.

문재인 대표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소득주도 성장과 광주형 일자리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둘째,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정부가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우리나라 저임금노동자의 비중은 25.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저임금노동 비중은 OECD 평균보다 9%포인트 높은 수준이며, 일본 14.4%, 독일 18.4%에 비해 높다. 그런데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요구에 대한 재계의 응답은 한마디로 안면몰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소비회복 촉진에 대한 경제5단체장들의 답변은 “나중에 골프나 치자”였다.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인상 등 실질임금 증가 정책이 경제의 ‘분수 효과’인데, 이 정책은 대기업이 만든 경제성과를 국민경제 전체로 확산되게 만드는 낙수 효과와 병행될 때 지속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재벌 대기업의 고통 나눔은 경제개혁의 시작이다. 정부는 노동시장 구조개편을 추진하면서 노동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며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손바닥도 부딪쳐야 소리가 난다’고 노동개혁의 걸림돌이 진짜 노동자인가, 재벌대기업인가? 산재사망한 직원의 생계보상책으로 도입된 고용세습(?)의 단협조항도 없애야 하지만 편법적인 재벌의 3대 세습은 더 이상 용인되어서는 안된다. ‘임금 인상’을 요구한 정부에 30대 재벌 대기업은 6.3% 채용감소로 응답했다. 재벌 대기업의 성찰과 책임 분담 없는 노동시장 구조개편은 결국 자본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노광표 |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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