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융위원장의 은행 ‘전당포 영업’ 경고, 엄포 그쳐선 안돼
본문 바로가기
온라인 경제칼럼

[사설]금융위원장의 은행 ‘전당포 영업’ 경고, 엄포 그쳐선 안돼

by eKHonomy 2017. 7. 27.

최종구 신임 금융위원장이 “모든 시중은행이 가계대출 위주로 영업하는 국민은행과 같다”며 가계대출에 올인하는 은행들의 관행을 질타했다. 그는 “시중은행이 전당포식 영업을 하고 있다”며 “은행이라고 할 수 있는지조차 의문이 간다”고도 했다. 기업에는 대출문턱을 높이고, 손쉬운 가계대출로 이익 챙기기에 급급한 시중은행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중은행들은 외환위기 이후부터 가계대출을 전문적으로 취급해온 국민은행을 모방했다. 1999~2016년 사이 국민은행의 기업대출비중은 큰 변화 없이 40%대에 머물러 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의 기업대출은 68.6%에서 44.3%로 감소했다. 신한은행은 74.1%에서 47.9%, 하나은행은 71.8%에서 45%로 떨어졌다. 최 위원장이 언급한 ‘시중은행의 국민은행화’ 현상이다. 지난 한 해 은행들의 기업대출은 3.5% 증가에 그친 반면 가계대출은 9% 증가했다. 또한 은행 대출 대부분은 담보가 확실한 주택담보대출 위주의 소매영업이다. 시중은행이 ‘부동산담보 대출회사’라는 말을 듣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러한 쏠림현상으로 시중은행은 매년 실적잔치를 벌여왔지만 부작용이 크다. 5대 시중은행의 6조원이 넘는 이익 가운데 상당 부분은 가계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다. 가계는 1400조원이 넘는 대출로 이자부담에 짓눌려 있다. 또한 기업대출자로서 은행의 역할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기업이 공장을 짓고, 직원을 채용해 물건을 생산하고, 이를 판매해 임금을 주고 다시 공장에 재투자하는 선순환구조의 시발은 은행에서 빌리는 종잣돈이다. 이를 통해 국가경제가 돌아가고 발전한다. 그런데 순환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한국의 현재 잠재성장률은 3%에도 못 미치고 국가활력은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중소기업 및 기업가 융자 2017’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중소기업 대출 거부율은 40.9%로 주요 24개국 중 가장 높았다. 같은 해 OECD 평균은 10.2%에 불과했다. 은행들이 가계를 상대로 돈놀이에 빠져 있는 사이 기업들은 돈가뭄에 고통을 받고 있다. 정부는 은행들의 가계대출 위주 영업관행을 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 은행들도 구태의연한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에서 벗어나 다양한 자금운용방식 개발 등 변신이 필요하다. 스스로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외부의 힘을 빌리는 수밖에 없다.

반응형

댓글